지난 20일 숙명여대가 축제를 앞두고 복장을 제재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가슴골이 보이는 상의, 망사 의상, 핫팬츠 등이 금지됐죠. 당시 네티즌들은 ‘지나친 규제’라는 의견과 ‘도가 지나칠 때가 많아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렸습니다.
이틀 뒤 숙명여대 측에서 내놓은 복장규제가 옳았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건국대 축제에서 일부 여학생들이 도가 지나친 복장을 착용하고 ‘호객 행위’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연합뉴스는 22일 가을축제가 한창인 서울 건국대 캠퍼스가 거대한 ‘퇴폐 주점’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엉덩이만 겨우 가리는 핫팬츠에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었습니다. 들고 있는 팻말엔 ‘오빠, ○○주점 빨개요’ 등의 문구가 적혔네요.
승무원을 콘셉트로 한 주점에선 하이힐을 신고 몸에 딱 달라붙는 미니스커트, 가슴골이 노출된 흰색 셔츠를 입은 여대생들이 술과 음식을 날랐습니다.
‘황진이’를 콘셉트로 한 주점도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은 속옷 끈이 그대로 보이는 망사 저고리에 과거 기생을 연상케 하는 한복 치마를 입은 채 주문을 받았습니다. 주점 내부는 백열전구를 빨간색 한지로 감싼 ‘홍등’으로 꾸며졌습니다.
네티즌들은 “홍등가를 연상케 한다”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여성의 성 상품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배웠다니 대학생들이… 안타깝다” “지성보다는 돈이 우선되는 사회” “어릴 때부터 헐벗은 걸그룹을 보고 자랐으니…” “박희태에게 보내면 딱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네요.
24일부터 축제를 하는 숙명여대도 미술대학의 한 학과가 속옷이 보이는 짧은 치마를 입은 메이드가 엉덩이를 내민 모습을 그린 포스터로 홍보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복장 규제를 내걸었는데도 말이죠.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선정적인 캠퍼스 주점도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고 성공하면 된다는 경쟁·성과주의 세태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씁쓸합니다. 소설과 이외수의 책에서 읽은 몇 구절이 생각나 옮깁니다.
“예전의 대학가에서는 서점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가에서는 술집이 호황을 누린다. / 예전에는 호스티스들이 여대생 흉내를 내면서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대생들이 호스티스 흉내를 내면서 거리를 활보한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