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실패한’ 박태환”이라니…‘기레기’는 반성합니다

[친절한 쿡기자] “‘실패한’ 박태환”이라니…‘기레기’는 반성합니다

기사승인 2014-09-24 15:49:56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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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 네티즌에게 댓글로 호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비속어가 섞여 있었지만 악성 댓글이 아니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날카로운 지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영 영웅’ 박태환(25·인천시청)에 대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박태환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마이클 볼 코치의 인터뷰 기사에 ‘2014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3연패에 실패한 박태환은…’이라고 쓴 겁니다. 이 네티즌은 “‘3연패 실패’라고 쓰지 말고 ‘3연속 메달 획득’이라고 쓸 순 없느냐”고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소위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된 순간, 2012년 런던올림픽 때의 개인적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언론이 ‘금(金)’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세계 2위, 3위라는 위업을 폄하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은메달에 그쳤다’ ‘동메달에 머물렀다’는 식의 표현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백 명이 리트윗 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표현만 다를 뿐 같은 취지인데도 제가 하지 말자고 한 행태를 불과 2년만에 스스로 되풀이한 겁니다.

박태환은 경쟁자들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박태환은 은메달만 2개를 딴 런던 올림픽 직후 SK와의 계약이 끝나자 스폰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수영연맹이 규정에 따른 포상금 5000만원도 제때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박태환은 전지훈련을 자비를 들여 다녀와야 했습니다.

23일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쑨양(중국)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계속 믿어준 스폰서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무면허 음주 운전 혐의 등 물의를 일으켰죠. 현장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박태환은 쑨양이 스폰서 얘기를 한 순간에 그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고 합니다. 주변의 간헐적 도움이 있긴 했지만 안정적인 스폰서 없이 여기까지 온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 아닐까요.

이런 박태환에게 간단하게 ‘실패한’이란 수식을 붙여선 안 된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체력 소모가 심한 수영이라는 경기에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가대표 에이스 자리를 유지한다는 자체도 대단한 건데, 자유형 200m·400m, 계영 800m 등 나갈 때마다 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3연속 메달 획득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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