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53·여)씨가 사는 서울 성동구 H아파트 일부 가구에서 ‘열량계 봉인’이 훼손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H아파트 536가구 중 2007∼2013년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횟수가 두 차례 이상인 60개 가구를 방문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조사 과정에서 일부 가구의 열량계 봉인이 훼손됐던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것만으로 해당 가구가 열량계의 배터리를 제거하는 등 수법으로 열량값 조작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를 교체하다가 생긴 흔적일 수도 있고, 2008년 열량계가 설치된 뒤 상당 기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 가구 중 일부는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이유와 열량계 봉인이 훼손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추가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경찰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난방비를 조작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H아파트의 상황과 비교하기 위해 인근 다른 아파트의 최근 3년간 동절기(11∼2월) 12개월의 난방비 부과 상황을 확인해 본 결과 0원 난방비가 부과된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H아파트의 경우 27개월에 300건이었고 이 아파트는 12개월에 250건이지만, 가구 수 차이를 감안하면 발생비율은 결국 비슷한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오후 고(故) 장자연씨의 전 소속사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출석하기 앞서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는 자신도 난방비가 0원이 나온 적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계량기가 고장이 나 즉각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달려갔더니 관리소장이 ‘20만원 주고 고치지 말고 그냥 쓰라’고 해서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면서 “정말 부끄러운 부분이나 죄책감을 못 느꼈다”고 털어놨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