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야구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대 3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지만 마냥 웃기만 할 수 없는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KIA 타이거즈의 외야수 나지완(29)입니다. 결승전이 끝난 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엔 댓글 등을 통해 그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밉상’이 된 겁니다.
단순히 그가 대표 선발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밉상이 됐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선발 논란은 서건창(넥센)과 안치홍(KIA)을 제치고 2루수 자리에 뽑힌 오재원(두산)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대표선수들의 성적에 같이 기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감’입니다.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하고 인정할 때 그 공감이 생깁니다. 쟁쟁한 상대팀들을 제친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2009년 WBC 준우승 당시의 대표팀은 이런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공감 부재 팀’에 더 가까웠습니다. 마치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다른 팀들은 우리와 수준 차이가 너무 났습니다. 그런데 결승전에선 내내 끌려 다니다가 8회 터진 집중타로 힘겹게 이겼습니다.
‘드림팀’이라는 우리나라 타선을 4회 2아웃까지 1자책점으로 꽁꽁 틀어막은 대만 선발 궈진린(22)은 대학생(대만체대) 투수였습니다. 선수들은 “우리는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이 댈 수 있는 핑계가 아닙니다.
나지완이 바로 이 공감 부재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금메달의 최대 수혜자이면서 기여도는 떨어진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다른 어린 선수들은 다음 국제대회에서 기회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1985년생)가 꽉 찬 나지완은 그런 처지가 못 됩니다. 결승전 막판 뒤집기가 어떤 선수보다 그에게 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가 예선 3경기에 출장한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거라고는 3타수 무안타가 고작입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준결승전까지 ‘콜드게임’으로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그의 성적은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결승전은 벤치에서 지켜봤습니다.
팬들은 경기 후 그가 흘린 눈물을 공감의 대상이 아닌 ‘가식’으로 느꼈고, “사실 캠프 때부터 주사를 맞아가며 꾹 참고 뛰었다”고 말한 인터뷰는 투혼이 아닌 아시안게임을 병역면제 수단으로 삼기 위한 ‘부상 은폐’로 받아들인 겁니다.
하지만 그를 무조건 밉상으로만 봐야 하는지는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올해 대표팀으로 선발되기 전까지 113경기에서 타율 0.321, 79타점, 19홈런, 124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대표 선수로 손색이 없는 성적입니다. 그 어떤 감독이라도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그대로 이어줄 나지완 같은 선수가 탐났을 겁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뷰도 결국 그가 몸이 정상이 아님에도 어떻게든 뛰기 위해 그랬다는 의미입니다. 그가 부상을 핑계로 캠프 때부터 훈련을 소홀히 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가 가만히 앉아 떨어지는 떡이나 받아먹으려 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겁니다. 대회가 시작된 후 그가 경기에 나서고 나서지 않고는 감독의 권한입니다.
이처럼 나지완이 밉상이 된 이유도, 밉상이 돼선 안 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나지완은 한국 야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남은 건 그가 팬들의 이런 질책을 계기로 더욱 성숙한 선수로 거듭나 기량으로 보답하는 것입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