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사 쓴 日 아사히 ‘양심 기자’ 위기 몰려…테러 위협, 가족에게도 협박

위안부 기사 쓴 日 아사히 ‘양심 기자’ 위기 몰려…테러 위협, 가족에게도 협박

기사승인 2014-09-30 12:49:55
아사히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증언 등을 기사화 한 일본의 전(前) 아사히(朝日)신문 기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한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 아사히신문 퇴직 기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일본 데즈카야마가쿠인(帝塚山學院) 대학에 지난 13일 “(교수를)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 (대학을) 폭파하겠다”는 협박문이 배달됐다.

경찰, 대학 측에 따르면 협박문은 이 대학의 법인 이사장, 학장 등 앞으로 우송됐다. 대학 인문과학부 소속인 해당 교수는 협박문이 배달된 당일 퇴직했다.

해당 교수는 ‘자전적 수기’ 등을 통해 태평양전쟁 때 한국에서 위안부와 징용 노무자들을 ‘인간사냥’했다고 밝혔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2000년 작고)씨의 증언 내용을 기사로 썼던 아사히신문 퇴직 기자다.

보도에 따르면 대학에는 8월부터 “고용한 이유가 뭐냐” “해고시켜라”는 등의 항의 전화와 메일이 잇따랐다. 대학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재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1991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기사화했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56) 전 아사히 기자가 비상근 강사로 있는 삿포로(札晃)시의 호쿠세이가쿠인(北星學院) 대학도 ‘폭탄 테러’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9일 ‘주간금요일’(週刊金曜日)에 따르면 지난 5월 우에무라의 해고를 요구하는 협박문이 배달됐고, 7월에는 “화약폭탄을 보내겠다”는 협박문이 대학 측에 우송됐다. 협박문에는 “매국노 우에무라를 죽여버리겠다”, “당장 해고하지 않으면 학생을 괴롭히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협박은 우에무라의 가족에게도 가해지고 있다. 고교 재학중인 자녀 사진과 실명, 주소 등이 “이런 아버지 때문에 일본인이 고생했다. 자살로 몰아넣겠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게재됐다.

우에무라씨는 올초 고베(神戶)의 한 여자대학 교수로 내정됐으나 이 사실을 ‘주간문춘’(週刊文春)이 “‘위안부 날조’ 아사히 기자가 여대 교수로”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한 직후 대학 측에 항의 메일과 전화가 쇄도, 결국 대학측이 지난 3월 교수 채용 계약을 해지했다. 해약 당시 그는 아사히 조기 퇴사가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우에무라씨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의 사위라는 이유 등으로 매국노 기자라는 협박에 더욱 시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간금요일은 “비열한 협박에 굴하지 말라” “협박 때문에 이런 교수를 해고해선 안 된다”라는 등 대학 측을 응원하는 메일 등도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