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전격 파견하면서 배경과 의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3일 밤 우리 측에 파견 계획을 통보했다.
이날 방남한 북한 고위급 인사 중 지난달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까지 꿰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다음의 ‘북한 2인자’로 평가 받는 메가톤급 인사, 실세 중의 실세들이다.
특히 사상사업과 조직 및 인사 등 북한군의 핵심업무를 총괄하는 군총정치국장이 남측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까지 동행해 이번 북한대표단의 인천 방문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초중량급 대표단을 남측에 파견한 것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남측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2009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김기남 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조의 특사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당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따라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최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남측에 보내 박근혜 대통령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끌어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정부도 “의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예단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을 우리 정부는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선전을 펼친 북한 선수단 치하를 대외적으로 내보이면서 ‘국제적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는 의도도 느낄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축구 우승을 비롯해 역도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는 는 등 4일 오전 9시 현재 금 11, 은 14, 동 14으로 종합 7위의 성적을 거뒀다.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직접 보내 국가의 존재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한 달째 공개활동을 하지 않아 불거지는 건강이상설과 북한 체제의 혼란설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고위급 인사들이 평양을 비우더라도 김정은 체제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