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무보험” 美 첫 에볼라 감염 사망자…‘인종·빈부’ 문제로 번질 듯

“흑인·무보험” 美 첫 에볼라 감염 사망자…‘인종·빈부’ 문제로 번질 듯

기사승인 2014-10-09 01:31:55
토머스 에릭 던컨의 아들인 카르시아 던컨(가운데)이 아버지의 에볼라 감염 사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미국 내 첫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 사망이 인종·빈부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지역 신문 댈러스 모닝 뉴스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의 존 와일리 프라이스 커미셔너는 토머스 에릭 던컨(42)을 격리 치료한 텍사스건강병원이 그의 인종과 무보험을 이유로 최초 검진 당시 격리 수용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던컨은 라이베리아 출신이다.

프라이스는 클레이 젠킨스 카운티 판사와 더불어 댈러스 카운티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카운티 법원’을 구성하는 4명의 커미셔너 중 한 명이다.

지난달 20일 감염 사실을 모르고 미국에 입국한 던컨은 별 증상을 못 느끼다 26일 처음으로 에볼라 증상을 호소하며 텍사스건강병원을 찾았다. 이 때는 병원의 오진으로 항생제 처방만 받고 귀가했고, 이틀 뒤인 28일 증세가 악화돼 응급차에 실려 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30일에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던컨은 판정 후 실험 약물을 투여 받았지만 9일 만에 눈을 감았다.

흑인인 프라이스 커미셔너는 “우리는 이 병원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며 “나와 같은 흑인이 무보험으로 병원에 가면 다른 사람과 똑같은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병원을 몰아붙였다.

이에 병원 측은 “던컨은 국적과 의료비 지급 능력에 상관없이 다른 환자와 똑같이 치료를 받았다”며 “우리 병원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을 치료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진의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고 있어 의혹의 눈초리는 이어지고 있다.

병원과 의료 당국은 애초 던컨의 증상을 접한 간호사와 의사와의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탓에 오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CDC가 이후 각 병원에 에볼라 의심 환자의 증상과 확산 방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리고 반드시 격리 수용·치료할 것을 지시한 상태라 의료진의 단순 실수라는 병원 측의 설명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미국 연방 기관과 텍사스 주 당국은 현재 에볼라 대처 과정에서 병원의 실수가 없었는지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

젠킨스 댈러스 카운티 판사는 프라이스 커미셔너의 발언에 대해 “중요하고 정당한 문제 제기”라며 “에볼라 사태가 진정되면 전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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