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에픽하이 “아픔마저 사랑하는 인생… 많은 의미 담은 8집 앨범”

[쿠키 人터뷰] 에픽하이 “아픔마저 사랑하는 인생… 많은 의미 담은 8집 앨범”

기사승인 2014-10-27 17:56:55

에픽하이가 돌아왔다. 데뷔한지 11년, 7집 앨범 출시 이후 약 2년 만이다.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는 에픽하이의 이름으로 도배가 됐다. 1위부터 12위까지 모두 에픽하이의 8집 앨범 ‘신발장’의 수록곡이다.

“이런 엄청난 반응을 받아본 건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우산’ 음원 출시했을 때 이랬던가.”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에픽하이 멤버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남의 음악을 듣기만 하는 입장이었는데, 다시 가수가 되니 좋다”고 웃었다.

에픽하이 11년, 축제에 참가한 기분… “메뉴 많은 식당이 좋잖아요”

타블로는 자신들을 축제에 참여한 사람에 비유했다. 서태지를 비롯해 김동률, 이승환, 비스트, 개코, 악동뮤지션, 2AM 등 장르를 막론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차트를 풍성하게 메우고 있다. 음원 차트에서 축제를 벌이는 가수들 사이에 끼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차트 상위권을 모조리 점령해 차트 1위였던 개코를 졸지에 13위로 밀어버린 것치고는 겸손한 감상이다.

에픽하이는 앨범 공개 전에도 선 공개곡 ‘본 헤이터(Born Hater)’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빈지노, 버벌진트, 비아이, 바비 등의 화려한 피처링도 화제였지만 세로로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충격이었다. 그러나 막상 본인들은 이런 반응이 어리둥절하다.

“많은 분들이 저희 뮤직비디오를 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혹은 기존에 대한 반항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저희는 그런 혁신적인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로 볼 때 세로인 게 더 예쁘잖아요.”

별 야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음원출시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서태지, 개코 등과 같은 때에 음원을 출시한 것을 보고 대결 구도를 상상했지만 정작 에픽하이는 관심 없었다. 단지 데뷔 11주년 기념일에 맞추기 위해 날을 잡았단다. 화려한 차트를 보고는 “메뉴 많은 식당 좋지 않아요? 저희는 그래서 분식 체인점 좋아하는데”라고 말한다.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외로울 뻔 했는데 개코, 그룹 S(이지훈·강타·신혜성), 슈퍼주니어 등이 같이 놀아줘서 고맙다고 박수를 친다.

‘하루 아빠’가 된 타블로… “하루 아빠가 랩도 합니다”

타블로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심지어 타블로가 가수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Mnet ‘쇼미더머니’에 나왔을 때는 “하루 아빠가 랩도 하네”라는 댓글이 달렸고, 라디오를 진행할 때는 “하루 아빠가 가수냐”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 말을 들어도 자극이 되거나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그만큼 제가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거니까요. 가수들이 연예 활동으로 인지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너무 빨리 잊혀지는 추세잖아요. 2년 동안 아무 음원도 안 낸 제가 뮤지션으로서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다 보니 앨범에 영향이 있지는 않았을까 궁금했지만 타블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인지도만으로 인기 영향을 판가름하기는 어려운 구성이다. 무겁고, 어둡다. “가장 신나고 빠른 곡이 ‘헤픈 엔딩’일 정도니 말 다했죠. 대중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냥 저희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했어요.”

원한보다 독한 행복? 아픔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인생 ‘본 헤이터’

‘본 헤이터’가 화제가 된 이유는 또 있다. ‘타진요’로 큰 아픔을 겪은 타블로가 노래로 타진요를 직접 언급했다.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타블로의 학력에 대해 의심하다 못해 타블로의 가족까지 모욕한 그들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극복이다’ ‘정면돌파다’ 같은 갖은 추측을 내놨다. 그러나 타블로는 “제가 이름 하나 언급한다고 극복이나 정면돌파라는 말을 쓰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웃어넘겼다. “그쪽에서 제 이름 자주 언급하는데 저도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고, 제가 그렇게 바랄 수도 없어요. 다만 저는 그 일마저도 사랑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나쁜 일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제가 아내와 서로를 깊게 사랑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일이기도 해요. 딸 하루 옆에서 몇 년이나 온전히 딸과의 시간을 보내게 해 줬죠.”

본 헤이터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면 그것이 가장 좋다고 노래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무조건 손가락질하고 보는 ‘헤이터(Hater)’들을 향한 경멸이 담겼다고 모두가 해석했지만 사실은 그들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어떤 행복은 원한보다 더 독할 수 있어요. 시련을 겪을 때 상대가 잘 안되기를 바라는 것 보다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죠. 이번 앨범의 12곡 모두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해요.”

앨범명 신발장이 담고 있는 뜻에 대해서도 멤버 투컷츠는 색다른 해석을 내놨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으며 나갈 때 가족과 인사를 하고, 돌아올 때 다시 인사를 한다. 매일 이별과 만남이 반복되는 곳이 신발장이며, 인생의 가장 슬픈 순간과 가장 행복한 순간이 존재하는 곳이 신발장이라는 것이다.

“지친 하루에 신발장에서 신발 벗기도 힘든 날들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모여 삶을 표현하기 좋은 장소가 신발장이라고 생각해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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