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사가 되고 싶나요? 안타깝지만 아일랜드 사람이라면 힘들 것 같습니다.’
한 아일랜드 여성이 우리나라 영어학원 교사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가 퇴짜를 맞았습니다. 아일랜드인들의 알코올 중독 성향 때문이라네요. 온라인에서는 차별대우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국내 네티즌들은 “음주문화 하면 우리나라인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영국 매체 미러(MIRROR)는 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여성이 알코올 중독 성향 때문에 한국에서 교사 채용 거절을 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케이티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교사로 일하려고 중개업체에 구직신청을 했다가 아일랜드의 음주문화 탓에 채용 거절을 당했습니다.
실제로 아일랜드 음주문화는 우리와 많이 닮았습니다. 음주문화가 발달해 15~17세 청소년 50% 이상이 음주를 즐기며, 어른들은 이런 모습을 나무라지 않을 정도로 관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세기 초 영국이 아일랜드를 통치할 때 아일랜드인을 ‘게으른 술주정뱅이’라고 표현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이 사연은 케이티가 4일 고용주에게 받은 이메일을 캡처해 사진 공유 서비스 이미저(Imgur)에 올리면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이메일에서 고용주는 케이티에게 “죄송하지만 구인을 의뢰한 고객이 아일랜드 음주문화를 이유로 당신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래에 행운을 빈다”고 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 레딧에서는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한 이용자는 “한국에 세 번 갔다 왔는데 아일랜드와 비슷한 음주 문화가 있다. 한국인들은 알고 보면 아시아판 아일랜드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사는 다른 아일랜드인은 “이런 종류의 차별대우가 한국에 널리 퍼져 있다”면서도 “이번 일은 한국 기준으로 볼 때도 너무 터무니없다”고 했죠. 이어 “한국에서 영어교사를 채용할 때 적용하는 영어권 국가순위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1위이고 아일랜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코틀랜드와 함께 최하위에 해당할 것”이라며 “많은 회사들이 자질을 따지지 않고 미국 또는 캐나다 여성을 원하고 있지만 아일랜드 억양이 차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주류 판매량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따라올 국가가 없는데” “알코올 중독자가 술에 취해 한 발언인 듯” “그냥 억양 때문이라고 하지” “일본인이 한국인은 게을러서 고용 안한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등의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걸까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 사람이 음주문화를 이유로 채용 거부를 당한다면 어떨까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