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에 놀랐네①] 대학 수강신청 못지않은 아이맥스 예매 전쟁… ‘인터스텔라’ 흥행 광풍

[놀란에 놀랐네①] 대학 수강신청 못지않은 아이맥스 예매 전쟁… ‘인터스텔라’ 흥행 광풍

기사승인 2014-11-15 16:30:55
사진=영화

지난 6일 새벽 서울 행당동 CGV 왕십리.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몰렸다. 평소 이 시간 주변이 한산한 것을 알고 있는 택시 기사들이 의아해 할 정도. 영화 ‘인터스텔라’ 개봉 때문이었다.

CGV 왕십리는 지난해 오픈한 울산 삼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아이맥스(IMAX·22m×13.3m·98평 규모·303석)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한 영화 팬은 “아이맥스로 보지 않으면 ‘인터스텔라’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이라서 개봉하자마자 왔다. 스크린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치열한 아이맥스 ‘예매 전쟁’을 거친 후였다.

‘인터스텔라’ 흥행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14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340만1000명. 15일 오전 예매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영화계에서는 500만 돌파는 기본이고 700만까지는 큰 무리 없이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주공학과 물리학 용어가 난무하고 169분의 만만찮은 러닝타임을 가진 ‘어렵고 긴’ 영화가 어떻게 11월 비수기 극장가를 초토화시켰을까.

먼저 ‘믿고 보는 놀란산(産)’이 꼽힌다.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썸니아’ 시절부터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 있는 결말로 마니아 팬들을 양산시켰다.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기존 내구성에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를 더한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3부작은 그를 할리우드 최고 감독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선 ‘나를 찾아줘’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 등과 더불어 가장 인지도 높은 외국 감독이다.

‘아이맥스 버프(Buff·캐릭터의 능력치를 증가시켜주는 효과를 일컫는 온라인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도 제대로 받았다. 아이맥스 카메라와 35㎜ 필름을 선호하는 놀란 감독이 할리우드 상업 영화 중 아이맥스 촬영 분량을 가장 길게 찍었다는 사실은 개봉 전부터 ‘인터스텔라’의 킬러 콘텐츠로 평가받았다. 60분 정도인 아이맥스 촬영분을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제대로 보기 위해 관객들이 예매 전쟁을 치르자 덩달아 일반 상영관 예매율까지 치솟는 도미노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스텔라’ 아이맥스 광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CGV 왕십리 경우 일주일 동안 평균 좌석 점유율이 97%에 달했다. 1만2000원인 아이맥스관 정가 보다 비싼 암표까지 등장하자 CGV가 12일 이례적으로 예매티켓 재판매를 단속하겠다는 공지사항을 올렸을 정도다. 인터넷에선 아이맥스 예매 팁을 알려주는 게시물이 인기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소량으로 풀리는 예매취소 티켓을 실시간으로 노려야 한다는데 대학 수강신청 못지않은 클릭력(力)이 필수다.

여기에 다양성 영화 최초로 지난달 300만을 돌파한 ‘비긴 어게인’ 흥행의 원인 중 하나였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입소문,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라이(Philae)’ 이슈도 ‘인터스텔라’ 흥행을 돕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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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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