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코가 도대체 어떤 애였는지 모르겠어”
무엇인가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은 카나코(고마츠 나나 분)의 어머니가 던진 말이다. 딸을 찾아 나선 전직 형사 아키카주(야쿠쇼 코지 분) 역시 딸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을 통해 일본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온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이번엔 부모자격 없는 이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영화 ‘갈증’은 제목 그대로 목이 타는 영화다. 수위 높은 장면이 쉬지 않고 이어져 속이 울렁거린다. 현란하고 잔인하며 파격적이다. 그런데 유독 카나코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일관된다. 고마츠 나나의 귀여운 미소에 밝고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질 때면 순정영화였나 착각을 부를 정도다. 피가 흩뿌려지는 장면과 평화로운 음악이 공존한다. 물론 시종일관 그렇진 않다. 카나코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등장하는 경쾌한 음악은 도발적인 이미지만큼이나 정신없다.
갈증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가 ‘세상에 둘도 없는 극악무도녀’로 밝혀지는 과정을 추적극 형식으로 그렸다. 일본의 성격파 배우로 유명한 야쿠쇼 코지는 일도 가정도 엉망이 된 아버지 아키카주로 분해 딸을 찾아 나선다. 딸이 가진 충격적 진실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에너지다.
갈증은 인간이 갖고 있는 추악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악하다. 그 중에서도 카나코가 가장 악하다. 남녀가리지 않고 치명적인 매력으로 유혹한 뒤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클라이막스에서 등장하는 야쿠자를 비롯해 다른 등장인물들은 악행을 저지르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카나코는 지나치게 자유롭다. 최소한의 양심과 규칙도 그녀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살인도, 매춘도, 폭력 세력간 이간질도 그저 재밌어서 한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들의 심리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왕따’와 학교폭력을 시작으로 마약과 매춘 등 병든 학교의 이모저모를 꼬집었다. 그리곤 사회와 부모를 향해 방종의 책임을 묻는다. “카나코가 도대체 어떤 애였는지 모르겠어”라는 말 뒤에 극 전개와 상관없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린 자녀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녀도, 입 주위에 휘핑크림을 잔뜩 묻혀도 전혀 관심이 없는 한 젊은 엄마를 아키카주가 쳐다본다.
CF감독으로 활동하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뒤늦게 영화계에 뛰어 들었다. 엉뚱한 소녀와 폭주족 여고생의 우정을 그린 ‘불량공주 모모코(2004)’로 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두 번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진실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인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초현실주의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세 번째 영화 고백에선 여교사의 복수라는 색다른 소재를 내세워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갈증은 전작 못지않은 내공이 담긴 작품이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