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공민 아르투로 피에르 마르티제스가 14일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들과 회견했다”며 그의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마르티네스는 자신을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나서 자란 미국 시민이며 현재 29살”이라고 소개하며 “처음에 나는 남조선에서 한강을 건너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해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이곳에 오게 됐다”고 입북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북한에 도움이 될 ‘가치있는 자료’를 전달하고자 중국 단둥(丹東)에서 압록강을 건너 입북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을 비법 입국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데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부에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법적 처벌 대신에 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고 받아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마르티네스를 억류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마르티네스는 기자들과 문답에서 “아주 훌륭한 호텔에서 체류하고 있다”며 “체류 일정이 끝나면 베네수엘라에 정치적 피난처를 요구할 결심”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이날 마르티네스 씨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며 그가 지난달 초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케네스 배 씨를 비롯한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지 이틀 만에 입북했다고 설명했다.
마르티네스의 기자회견 발언은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일관돼 있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거론하며 “미국 정부가 마피아 기업체처럼 활동한다는 대표적인 실례”라고 규탄했으며 미국 경찰이 폭력을 일삼고 있다며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를 예로 들었다.
북한에 대해서는 “조선 사람들은 모든 것이 국가 소유로 된 위력하고 능력 있는 나라를 건설했다”며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황당무계한 거짓말”이라며 서방 언론 매체의 왜곡 보도로 북한의 실상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미국인이 불법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초에는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가 불법 입북했다가 억류돼 같은 8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풀려났으며 2009년 말에는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 씨가 두만강을 건너 무단 입북하다가 붙잡혀 40여일 만에 추방됐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