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한국전력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의 계열회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각종 불이익 제공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154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 부과 액수는 한전과 그 자회사 6곳이 총 106억원으로 가장 많고, 도로공사 19억원, 철도공사와 그 자회사 2곳 17억원, 가스공사 12억원 등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들은 계열회사나 퇴직자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일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협력업체에는 공사대금을 후려치거나 각종 업무를 부당하게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지난 2008∼2012년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화력발전자회사에 계열사인 한전산업개발을 부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발전사들이 ‘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정비용역’에 대해 한전산업개발과 수의계약을 맺으면서 경쟁입찰이 이뤄졌을 경우보다 12∼13%포인트 높은 낙찰률을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기간 한전과 5개 화력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IT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던 한전의 자회사 한전KDN을 중간거래단계에 끼워줘 거래금액의 약 10%에 달하는 ‘통행세’를 몰아주기도 했다.
한전은 심지어 자회사도 아닌데 자사 출신 퇴직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는 전우실업까지 2009∼2013년 기간에 용역 수의계약을 통해 경쟁입찰보다 7∼12%포인트 높은 낙찰률을 적용하며 밀어줬다.
이런 한전은 협력업체와 거래처에게는 ‘갑질’을 일삼았다.
한전은 2011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80건의 계약에 대해 상대방에게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우리가 예정가격을 잘못 작성했다’며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되받았다. 준공금은 당초 확정된 계약금액보다 줄여 지급했다.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지역본부 사무실에 상주시키면서 작업 실적 입력과 고객 민원전화 응대 등 업무를 떠넘겼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 업무에 대해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했다.
도로공사도 2012∼2014년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를 수의계약을 통해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에 맡기면서 평균 낙찰률보다 8.5%포인트 높은 낙찰률을 적용해줬다.
2009년 이후부터는 도공이 예산 사정 등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기간에 협력업체에 공사현장 유지·관리 의무를 지우면서 관련 비용은 전혀 주지 않았다.
휴게소 광고시설물 설치 계약을 할 때에는 도공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거래 상대방이 시설물 철거비용 등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당한 조건을 내걸었다.
철도공사는 2009년 11월부터 2013년 12월 사이 계열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주차장 사업을 맡기면서 부지 사용료를 확 낮춰줬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주차장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철도공사로 보냈다.
철도공사도 한전과 마찬가지로 2010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37건 게약건에 대해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돌려받거나 준공금을 당초 계약금액보다 감액해 지급했다.
가스공사는 2009∼2014년 기간에 자신의 잘못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도 간접비·보증수수료·지연보상금 등을 하나도 지급하지 않았다.
또 6건의 계약에서 거래상대방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설계변경이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준공금을 감액해 지급했다.
한편 공정위는 한전 소속인 남부발전, 동두천드림파워, 한국발전기술, 가로림조력발전, 대구그린파워 등 5개사가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해 미공시 4건, 지연공시 1건, 주요사항 누락공시 9건 등으로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을 확인해 5억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철도공사와 코레일공항철도에서도 대규모 내부거래 내역 미공시 1건을 적발해 과태료 7500만원을 물렸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건 처리를 하겠다”며 “내년 이후에도 공정위는 공기업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