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지상파 드라마의 명백한 ‘위기’였다.
케이블채널의 드라마가 강해서였을까. 지상파 드라마의 식상함이 문제였을까. 지상파 3사 드라마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1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손에 꼽힐 정도다.
특히 미니시리즈가 심각했다. 한 자릿수의 시청률은 기본, 10% 언저리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불명예’를 얻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SBS ‘괜찮아 사랑이야’, MBC ‘기황후’를 제외하고는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체면을 세운 것은 주말드라마다. MBC ‘왔다! 장보리’ ‘마마’ ‘전설의 마녀’가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KBS는 ‘정도전’ ‘가족끼리 왜 이래’로 간신히 면목이 섰다. 고정 시청자와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BS는 대표할만한 주말드라마가 없었다.
시청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식상한 소재와 스토리는 변함없었다. 특히 비현실적 소재와 캐릭터 편중이 반복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 검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MBC ‘오만과 편견’과 SBS ‘펀치’, 기자들의 삶을 다룬 KBS2 ‘힐러’, SBS ‘피노키오’ 등이 그렇다. 전문직을 소재로 드라마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공감’이 안 된다. 왠지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임팩트 있는 ‘한 방’도 부족하다. 되풀이되는 전문직 캐릭터에 지루함을 느낀다는 시청자의 의견도 많았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도 소용없었다. KBS2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했다. 캐스팅 과정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설내일 역의 심은경의 부자연스러운 연기와 억지스런 스토리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5%의 시청률을 넘지 못하며 씁쓸한 종영을 맞았다.
스타 작가 및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역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석규와 이제훈이 투 톱으로 나선 SBS ‘비밀의 문’, 김명민 주연의 MBC ‘개과천선’, 이동욱·신세경의 KBS2 ‘아이언맨’ 등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흥행배우들도 어쩔 수 없는 지상파였다.
이 같은 흥행 참패에는 케이블 드라마의 급속한 성장도 있었다. ‘공감’을 중무장한 케이블채널의 드라마들이 역습하면서 지상파 드라마는 무릎을 꿇었다.
케이블 드라마 중에서도 tvN ‘미생’은 강력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평균 시청률 8%, 최고 시청률 9.5%를 기록했다. 스타 캐스팅·러브라인도 없었지만 주·조연까지 주목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간 케이블 드라마는 로맨스, 판타지, 범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왔다. 결과적으로 ‘미생’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미생’ 외에도 OCN ‘나쁜 녀석들’, tvN ‘고교처세왕’ ‘갑동이’ ‘응급남녀’ 등의 드라마들이 2014년을 가득 채웠다.
천편일률적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014년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은 이를 입증했다. 공감이 결여된 이야기에 피로를 느낀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눈을 돌린 것이다. ‘미생’에 열광했던 이유도 지상파 드라마에 지쳤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