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해킹 경미한 수준? 원전 자료는 1장도 유출되면 안 돼”

“한수원, 해킹 경미한 수준? 원전 자료는 1장도 유출되면 안 돼”

기사승인 2014-12-22 11:20:55

전산망이 해킹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한수원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원전 자료는 단 1장이라도 유출됐다면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출 문서 중에 원전 도면이 약간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교육 또는 훈련용 자료, 설명서 정도이다. 현재까지는 (한수원의 주장대로) 경미한 정도”라며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현재 문제의 본질은 안전이 아니고 이번 유출이 국가보안 또는 국가이익이 걸려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원전은 국가 최상급 보안시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원전 쪽에서 단 1장이라도 숫자가 적히거나 재료가 적힌 그런 물질 또는 도면이 나오면 안 되는 건데 유출된 것은 일단 불안한 사실이다. 또 한 가지는 경쟁국이나 적성국에게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약간 꺼림칙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커가 향후 10만 장 이상의 자료 추가 공개(캡처 화면)를 예고한 것에 대해 “이 정도의 문서가 빠져나갔다면 아마 웜 바이러스 같은 걸 침투시켰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바이러스는 바로 작동하지 않고 잠복기간을 거쳐서 그 후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해커가 주장한 대로 성탄절 전야가 됐건 그 이후가 됐건 2차적으로 실제로 원전운전에 지장을 주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과거 일본 몬주라고 하는 원전에 악성코드가 들어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고, 이란도 원심분리기 1000대를 갈아 끼워야 했던 불상사가 있었다”며 “금고로 치면 문이 열린 건 아니고 구멍이 뚫린 것 같다. 구멍이 뚫리면 메울 수는 있지만 또다시 뚫리게 돼 결국은 금고를 바꿔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아예 운영 체제부터 전혀 다르게 새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자신이 ‘원전 반대그룹 회장’이라고 밝힌 ‘존’이라는 해커에 대해 “완전한 전문가는 아니겠지만 일반인 수준은 훨씬 뛰어넘는다. 기본적으로 원전 관련 전체 문서가 약 25만 장 정도가 되고 그중 7만5000장이 핵심인데 이 사람이 주장하는 것은 10만 장”이라며 “이건 충분히 자료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배후 세력을 알 수가 없지만 아마도 교묘하게 우리의 관심을 딴 데로 끌면서 진짜 공격은 성탄절 전야나 정월에 할 수 있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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