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것이 있다. 이것의 특징은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특별한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고, 자신이 생각한 특별한 사람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다른 이에게 특별대우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대인관계가 착취적이다. 이용가치가 없거나 자신의 이상에 충족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평가절하와 비난을 쏟아붇는다.
조현민(사진) 대한항공 전무의 ‘복수하겠어’라는 표현에서는 마음에는 복수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대상인 국민들과 직원들에게는 사과문과 반성문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리학 용어 중에 페르소나(persona)라는 것이 있다. 원래 그리스의 고대극에서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말한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가면을 쓰고 인간관계를 이루어 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면 안에는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가 존재한다. 이 때 직업적 가면과 자신의 심리의 차이가 크면 클 수록 편집성 인격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편집성 인격장애의 특성 중에 하나는 직계 가족 외에는 가까운 친구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자기 위주의 태도를 보이고 자기 자신의 일이나 세상일에 대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음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쪽지사과문을 분석했던 내용에서 이야기 했듯이 동생인 조 전무의 경우에도 가족구조 시스템의 문제로 보인다. 조 전무가 했던 말이나 글을 가지고 분석을 해야 해서 찾아본 가족의 대화내용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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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를 만들겠다고 하자 회장님(아버지)께서 마케팅 사관학교라 불리는 피앤지(P & G) 등 큰 회사에서 제대로 배우라고 조언해 주셨다. 책의 주인공도 아버지의 제안대로 공모전을 통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대화는 여느 아버지라면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람을 형성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광고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는 딸에게 큰 회사에서 제대로 배우라고 조언하는 것에는 딸이 밟아야 할 주체적인 단계를 아버지가 대신해 줄거라는 무의식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면 아이가 신발을 사달라고 하면 부모로서 당장 나가서 가장 좋고 친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최고의 신발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때 기다리라고 하고 월급이 들어오거나 돈이 생긴 후에 아이를 데리고 가 사주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해 줬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갖길 원했던 신발이라는 결과가 주어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사결정 시스템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성장해서도 자기 자식에게도 똑같은 모습으로 해결한다. 아이가 무엇을 원할 때는 같이 방법을 이야기하고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신발을 예를 들면 돈이 있어서 바로 사주지 않고 어떤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신발가게를 같이 들러 결정하고 그 신발의 가격을 한 번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달력에 표기하면서 매일 얼마씩 기준을 정해서 모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돈의 중요성과 시간의 소중함이 더해져서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결과가 쉽게 주어지는 가족시스템 속에서 자란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화된 가족시스템과 다르다는 점이 반성문에서도 드러난다. 사내 반성문에서도 마지막 발신자 표시에 조현민만 있고 ‘올림’이 빠져 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반드시 복수하겠다’에서 현 상황을 객관화시키는 이성이 결여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31일 트위터에 올린 사과에는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가면 속 ‘진심’이 빠져있다.
조 전무가 작가로서 쓴 동화의 제목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이 시리즈로 출판된다는 기사를 봤다. 언니와 가족대화를 분석하고 국민의 마음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조현민 전무 스스로의 내면아이를 탐색하는 여행’을 꼭 해보길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