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하승진 사건으로 본 ‘선수와 팬’…도파민을 조심해!

[이슈 인 심리학] 하승진 사건으로 본 ‘선수와 팬’…도파민을 조심해!

기사승인 2015-01-03 10:18:55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프로농구 KCC 하승진 선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경기 중 코 부상을 당한 하승진은 경기장을 나가던 중 자신을 향해 “아픈 척 하지 말라”고 비꼬는 ‘말’을 한 여성 관중에게 돌진하려던 모습이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런 모습에 대해 팬들은 선수에게는 프로답지 못하다고, 팬에게는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 한 네티즌은 “제2의 갑질을 하는 조현아 같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런 반응은 제3자로서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와 승부라는 ‘심리’를 알고 나면 약속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포츠는 ‘감정을 조절하는 약속’이다. 누구에게나 경쟁심은 있다. 경쟁심은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은 선수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운동장에 나서 몸 안에 최고 수준의 경쟁심을 채운다. 시청자들과 관중들도 유니폼과 이름을 보면서 우리 편과 적으로 나눠서 이성은 죽이고 감정적인 동물의 상태로 돌아간다.

선수들의 거침없는 플레이와 몸싸움은 마치 사자들의 싸움과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관중은 싸움의 구경꾼이 된다. 이 때 좋아하는 대상이 자신의 앞에서 땀 냄새를 진동시키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관중의 몸에서는 마치 화학공장처럼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일종의 환각물질이다. 실제로 도파민이 과잉 방출되면 환각, 환청, 편집증 증상도 보인다. 즉,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스포츠를 ‘감정을 조절하는 약속’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포츠 경기가 시작되면 서로 정상이 아니게 될 수 있는 상태에서 규칙을 지키고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서로 감정을 조절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심이 고조되면 될 수록 그 조절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은 선수나 관중이나 마찬가지이다.

대한항공 조현아(구속)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도 비슷하지만 기준은 다르다. 전제 조건이 경쟁심이 아니라 ‘이성’이다. 이성적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감정’을 채워서 ‘비행기 속에서 스포츠 경기’를 하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관중인 국민들은 비난하는 것이다. 동생 조현민 전무의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메시지도(본인은 이후 “후회했다”고 해명) 국민과 박 사무장 등을 이겨야 하는 상대로 보고 도파민이 과다 분비돼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 나온 것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하는 상황에서 주관적이고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 자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프로급이든 아마추어급이든 ‘이성을 잃은 갑질’에 대한 대가는 비난뿐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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