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54) 교수가 “뇌수술을 받아 기억이 안 난다”고 법정에서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7일 성추행 혐의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강 교수는 2008년부터 9명의 여학생을 상대로 11차례에 걸쳐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거나 껴안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수사 결과 그는 여학생들에게 ‘너는 내 0순위 애인’ ‘여친 잘 잤니?’ 등의 문자를 보냈고 수시로 만남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교수는 변호인을 통해 “깊은 반성과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2008년 뇌수술을 받아 당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거짓 진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수술 후유증으로 잦은 발작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재판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며 재판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공판에 다녀왔다는 한 서울대 학생은 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기소 내용을 들으면서 정말 기가 막히고 열받았는데, 그런 짓을 해놓고 기억이 안 난다니… 뇌수술 핑계는 진짜 너저분하다”고 글을 올렸다.
강 교수는 2008년 뇌수술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해왔고, 학생들과 술도 자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강 교수의 다음 재판은 재판부가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6일 열릴 예정이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