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인천 어린이집 폭행, 그녀는 ‘히틀러 교사’였나

[이슈 인 심리학] 인천 어린이집 폭행, 그녀는 ‘히틀러 교사’였나

기사승인 2015-01-14 17:29:55

13일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음식을 뱉는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를 폭행한 소식이 전해져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를 통해 폭행 장면은 여과 없이 공개됐다.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아이를 무참히 내리치는 교사다. 또 다른 하나는 겁에 질려 한 쪽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바로잡는 다른 아이들 10여명의 아이들이었다.

이 교사는 ‘가족 구조 시스템 중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언어와 행동, 이 두 가지로 표현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화석화된 언어와 행동은 중독된다. 부모 중 한 명이 언어나 행동으로 폭언·폭행을 지속적으로 표출하면 자녀는 싫지만 중독이 된다. 그 시스템에 중독돼 어른이 돼서도 동일한 폭언과 폭행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부드러우면 눈앞에서는 좋지만 돌아서면 매력을 못 느끼고, 반대로 자신에게 ‘지시’를 자주 하고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여자친구가 눈앞에서는 싫지만 돌아서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은 어려서부터 강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 즉 ‘가족 구조 시스템 중독’일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겁에 질려 한 쪽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바로잡는 아이들의 심리는 마치 군대에서 폭행에 길들여진 군인들과 같다. 1961년에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은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권위에 복종 하는가’라는 의문과 관련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실험참가비로 4달러를 받았다. 실험 감독관은 독일군을 연상케 하는 하얀색 가운을 입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로 하여금 주어진 문제를 내서 벽 너머에 있는 대답하는 사람이 틀릴 때 마다 15볼트 단위로 전기충격을 주게 했다. 전기 충격기는 실험을 위해 만든 가짜였다. 대답하는 사람도 고의로 문제를 틀렸다. 또 전기충격에 대한 반응도 가짜였다. 이 때 대답하는 사람의 비명소리를 듣고 ‘그만 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험자가 계속하라는 말에 참가자는 계속해서 전기충격을 줬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은 ‘권위’에 의해서라면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고 심지어 잔인한 행위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어린이집 교실의 아이들은 교사의 폭행에 길들여져 같은 상황이 되면 무릎을 꿇고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한 번의 폭행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증명이 된 것이다.

또 이 교사는 ‘일종의 훈계다. 고의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만일 해명대로 이 교사가 그 순간 자신은 ‘훈계’를 해야 한다고 판단이 든 후 고의가 아닌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때렸다면(즉, 처벌을 면해보려 둘러댄 게 아니라면) 분노조절장애(외상 후 격분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특정 스트레스가 많으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본인의 비위를 맞춰줘야 살아갈 수 있다. 이 교사도 아이들이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을 때마다 분노했을 것이다. 시한폭탄 같은 선생님이 준 정신적 충격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도 느끼고 있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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