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육교사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여론이 뜨겁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보육교사란 직업 자체를 비하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폭행 보육교사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공감을 얻는 상황이죠.
죄 없는 아이들을 겁박하고 손찌검한 폭력 교사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다른 선량한 보육교사들까지 함께 비난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크게 보도된 만큼 보육교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일부 극성인 부모들은 보육교사들을 찾아가 또 어떻게 달달 볶았겠습니까.
이를 참다못한 한 보육교사가 인터넷에 “우리 모두를 쓰레기 X이라 부르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글을 통해 “보육교사 자격도 없는 자격도 없는 일부 사람들을 보고 전체를 욕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모든 보육교사들을 다 자질 없고 사랑도 없는 사람으로 몰아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댓글에서 본 ‘쓰레기’란 표현이 무척 가슴 아팠다는군요.
A씨는 “보육교사 중에는 열악한 보육 환경 속에서도 주말 반납하거나 퇴근 후 자기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대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또한 처음부터 좋은 교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좋은 동료교사들을 만나서 서로 배워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좋은 선생님이 돼 갔죠. 아이가 선생님과 미용실 놀이를 원하면 머리카락이 다 뜯기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어도 머리를 내어주고, 선생님 등 뒤에 서로 올라가려 장난하면 기꺼이 등을 내어주면서 ‘대신 3명이상은 올라가지 않기’ ‘허리를 밟으면 많이 아프니까 다른 데만 올라가기’라고 말했습니다.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지만 ‘아~시원하다!’하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줬어요. 그러면
아이들도 교사도 기쁘게 웃을 수 있었어요.”
A씨는 칭찬해 달라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보육교사들을 이해해달라고 합니다.
“우리가 발전 없는 보육현장에서도 묵묵히 5년, 10년 이상 일하는 건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출근할 시간에 같이 등원하고 당직교사가 퇴근 할 때 함께 하원 하는 그런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안쓰러워 보듬어주고 싶어서 이 일을 합니다.”
그는 또 “저희에게 쓰레기라고 하는 순간 쓰레기에게 자녀를 맡기게 되는 거잖아요”라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를 자질 없는 보육교사에게 맡기고 싶지 않으시다면 저희를 존중해주세요! 저희를 존경해달라는 말이 아니에요. 존중해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육교사로서의 인성과 사명감, 가치관 제대로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인격을 존중한다.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아이들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도 많이 있다.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일하는 교사들을 알아준다면 더욱 힘내서 아이들과 하루를 함께하지 않을까요?”
보육교사를 싸잡아 비난하는 여론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던 걸까요. 많은 이들이 A씨가 남긴 호소 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들은 “재발방지를 위해선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보육교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업무를 맡으니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육교사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엄마들은 극성이고 아이들 똥오줌까지 챙겨야 하는 중노동에 월급은 쥐꼬리만하죠. 정말 아이들 좋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극한 직업입니다. 보육문제 만큼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랍니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도 우선적으로 개선해주세요”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