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하다. 은근히 적시면서 깊게 파고든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를 친다. 훈훈한 외모는 덤이다. 거기에다 작사·작곡 실력까지. 어느 여자가 안 반할 수 있겠나.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에디킴(김정환·25)의 이야기다.
“부드럽게 무드있게 따뜻하게 꼭 안아주시오. 매일 한 번씩 사용하시오. 이 아름다운 girl 놓치지 마시오.(‘너 사용법’ 중)”라고 조용하게 읊조리며 첫 미니 앨범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에디킴은 2012년 Mnet ‘슈퍼스타K4’ TOP6 출신이다. 군복을 입고 리드미컬하게 기타를 치던 군인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 ‘슈퍼스타K’ 꼬리표를 말끔히 떼어 내고 벌써 두 번째 미니 앨범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앨범에서는 남녀간의 미묘한 ‘썸’을 그려냈다면, 2집 ‘SING SING SING’에서는 연인에게 ‘이만큼 널 사랑한다’고 말하며 달달한 고백을 노래한다. 또 여심을 자극하리라 예상되지만 이번 앨범의 또 다른 목표는 ‘남심’을 잡는 것이다. 그를 만나 두 번째 미니앨범과 음악, 연애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음악에는 완벽주의자, 그 외엔 낙천주의자
연인에게 로맨틱할 것만 같은 그는 의외로 여자친구에겐 무뚝뚝하다고 한다. 달달한 노래 가사들도 경험 100%가 아닌 상상도 조금 보탰다. 심지어 자신의 노래지만 부르다가 오글거릴 때도 있다고.
이번에도 앨범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회사에서도 믿고 맡겨주시고, 서포트를 해주셔서 마음 놓고 음악을 했다. 음악에 관해서는 완벽주의자다. 저만 아는 사소한 부분도 틀리면 잘 못 견딘다.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특히 톤이나 사운드면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래도 음악 말고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걱정도 없는 편이다.”
이번에도 여성 팬 위주의 노래일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어떤 점에서는 남심도 잡고 싶다. 앨범의 세 번 째 트랙인 ‘어폴로자이즈’(Apologize)는 인생 최악의 악녀를 만나 ‘사과하라’는 이야기를 노래하는 곡이다. 창법도 세게 바꾸고, 강렬한 경고를 한다. 남자 분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팬과 남성 팬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
“여성 팬이 훨씬 많다. 공연에 200명의 관객 분들이 오셨는데 그 중 3명이 남자 관객이었다.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 관객. 집에 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공연 때 남자 관객이 있으면 한 분 한 분 집어서 언급한다.
그러면 남자 팬이 많으면 기분이 좋은가
“남자 분들이 절 좋아해준다고 하면 기분이 색다르다. 뭔가 더 힘이 난다. 여성 팬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마냥 좋지만 남자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파이팅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투 이어즈 어파트’(Two years apart)는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그렇다. 군대 이야기에 공감해주신다. 특히 군대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많이 부른다고 들었다. ‘너 사용법’은 남자 분들이 여자 분들에게 많이 불러준다고 하더라. 전에는 노래방에 갔다가 옆방에서 제 노래를 부르는 게 들려서 들어가서 불러준 적도 있다.(웃음) 요즘엔 ‘너 사용법’을 축가로도 많이 부른다.”
에디킴의 노래 가사는 사랑이야기가 주가 된다. 본인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노래에 영향을 미치나.
“음악은 별개인 것 같다. 썸을 타거나 사귀면서 힌트를 얻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가사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데뷔하기 전에 연애를 해봐서 다행인 것 같다. 보통 아이돌 멤버들은 미성년자 때 데뷔해서 밖에서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못하지 않나. 그래도 난 할거 다 해봤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길거리 다니고, 같이 쇼핑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 늦게 데뷔한 건 음악적 장점이 된다.”
그러면 마지막 연애는 언제 했나
“군대 가기 전에 했다. 연애를 안 한지는 4년 정도 됐다. 그 사이 썸은 몇 번 탔다.”
4년이나 연애를 못 했다고?
“데뷔하고는 연애를 못했다. 계속해서 활동하다보니 쉰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남는 시간엔 모두 앨범 작업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김정환에서 에디킴으로. 데뷔 전의 에디킴
중학교 1학년 때 ‘음악이 내 길이다’ 생각하고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유학을 떠났고 버클리 음대에서 전문적으로 공부를 했다. 이후 군 생활 중 우연히 ‘슈퍼스타K4’에 참여했고, TOP6까지 올랐다. 전역 후 선택한 곳은 윤종신이 있는 미스틱89였다. 이름도 새롭게 에디킴으로 바꾸며 ‘슈스케’ 꼬리표는 말끔히 사라졌다.
언제부터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이 생겼나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대중가수가 되기 위해 레슨을 받았다. 모든 종류의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월요일엔 드럼, 화요일엔 보컬, 수요일엔 피아노 이런 식으로. 다 배우다가 하나씩 빼가면서 음악 이론과 보컬, 기타, 피아노를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클래식 작곡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실용음악을 배웠다.”
가족들이 처음부터 음악 활동을 많이 도왔다
“그렇다. 시작할 때부터 서포트를 해주셨다. 보통은 음악한다고 하면 반대할 수도 있는데 ‘하고싶은 거 하고 사는 게 좋다’며 응원해주셨다. 부모님께서 개방적인 편이시다. 데뷔하고 나서 굉장히 좋아해주신다. 근데 시작할 때만해도 이런 대중가수가 될 거라곤 생각 못하셨지만.”
‘슈스케’를 통해서 얻은 것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당시 만났던 방송국 관계자들, 슈스케 동기들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하다. 특히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재밌었다. 특히 합숙할 동안 정말 다 좋았고 재밌었다. 샐러드만 먹고, 잠도 불편하게 자는 데도 웃으면서 좋아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괴로워했지만.(웃음) 아무래도 군 생활 중에 합숙하게 되서 그런 것 같다.”
“단점이라고 하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에디킴으로 바꾼 것이고.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다보면 그 꼬리표는 자연스레 떼어질 것 같다.”
◇의외로 재밌는 남자, 깨알 개그
나지막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에디킴. 조용하고 수줍을 것 같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달랐다. 말하는 중간 중간 나름의 개그를 던지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그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유튜브에 미스틱89 공식 채널에 올라온 ‘에디 매뉴얼’을 봐야한다.
‘에디 매뉴얼’에 보면 팬들을 대하는 게 어색하다고 했다. 여전하나
“처음에 ‘팬들한테 어떻게 하라’는 것에 대해 아무도 방법을 안 알려주더라. 저 방송 할 때 팬들이 찾아와주시면 ‘감사합니다’ 하고 뭔가 더 해야 될 거 같은데 딱히 뭐라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또 차가워 보일 거 같고, 팬들도 어색하다 느낄 수 있겠더라. 그래서 팬미팅을 개최했다. 춤도 추고 장기자랑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이젠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팬카페에도 자주 들어가서 글도 남기고 한다.”
팬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
“고등학교 2~3학년부터 20대 후반으로 분포하고 있다. 제 노래를 듣고 썸탈 때 그럴 때 공감을 하시는 것 같다. 저번에 보육원에 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어린 친구들이 노래 듣다가 그냥 가더라. 공감이 안 되서 그런가. 여대 축제에 가면 제일 재밌다. 처음으로 머리도 뜯겨보고. 한 움큼이 아니라 한 올만 뽑아 가시더라.(웃음)”
◇에디킴의 미니앨범 2집 ‘SING SING SING’ 달릴까
첫 번째 미니 앨범이 성공을 거뒀다. 두 번째 앨범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있다. 그 전 앨범보다 더 사랑받고 싶으니까. 그래도 음악을 열심히 만들었고, 결과물에는 만족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들어도 좋아할 거라 확신한다.”
“이번 앨범이 통일성 있는 속편성 구성에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다. 기타 위주의 조용조용한 음원용 노래이기도 하다. 여섯 곡 전부다 장르가 다르고, 곡마다 지은 시기가 다르다. 한 앨범이라고 말하면 어색할 만큼 각각 개성이 있는 곡들이다. 전 앨범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새로울 것 같다. ‘에디킴이 이런 음악도 하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예능 출연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다. 그래도 음악 방송에 열심히 출연 할 것이다. 소극장이건 대극장이건 팬들과 많이 만날 예정이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