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3만원짜리 제품도 10만원의 만족감 느끼도록…”

[쿠키人터뷰] “3만원짜리 제품도 10만원의 만족감 느끼도록…”

기사승인 2015-03-23 08:01:55

‘30년 외곬’ 이어폰 제조업체 유코텍 ‘신준균’ 대표
작년 자사 역작 악의적 리뷰로 고초… 내달 신제품 준비 완료, 재기 별러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며칠 전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개발할 때가 얼굴이 제일 환하고 활기차다고요. 하하. 제품을 만들 땐 개발부터 부품 하나하나에서 품질관리까지 모든 걸 다 제가 확인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품 하나도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국내 기업 걸 사용해요. 다른 건 없습니다. 30년 동안 배워온 게 그 거 밖에는….”

올해로 30년째 외곬으로 이어폰 만들기에 푹 빠져 지냈다는 신준균(사진) 유코텍 대표. 그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대한 첫 느낌은 일반적인 사업가라기보다 연구실이나 현장에서 땀을 쏟는 연구원이나 엔지니어에 가까웠다. 실제 신 대표는 이어폰 업계에서 잔뼈가, 아니 통뼈가 굵은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1986년 첫 직장부터가 이어폰 업계에서는 유명한 크레신이었고, 이어 삼본정밀전자 등 유수의 이어폰 업체를 거쳤다. 이후 2007년 유코텍을 설립해 지금까지 왔으니 햇수로만 30년을 이어폰 업계에서 일했다.

제품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도 그냥 빈말이 아닌 듯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만든 제품과 계획을 얘기할 때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애정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회사(유코텍)가 문까지 닫을 뻔한 큰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사건은 준비도, 예고도 없는 ‘테러’였다.

◇“탐욕이 부른 거품?” 리뷰사이트 테러에 신제품 사형선고 ‘고초’= 지난해 6월 유코텍은 고성능 프리미엄 이어폰을 표방하며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 ‘아이엘300 아페토(IL300 Affetto)’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출시 3일 만에 “탐욕이 부른 거품”이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한 리뷰사이트에서 그동안 진행하던 ‘유료’리뷰를 거부하자 나온 보복이었다. 신 대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날로 ‘IL300 Affetto’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제대로 된 시장 평가조차 받지 못한 채 1억원에 가까운 투자비와 4번의 마니아 품평회까지 진행하며 준비한 제품은 그날로 소비자들의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신 대표의 머리와 가슴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제대로 된 경쟁을 했더라도 ‘IL300 Affetto’가 반드시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실력으로 깨졌을 수도 있겠죠. 다만 제대로 시장에서 경쟁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인터뷰 내내 신 대표는 한사코 이 얘기가 다시 회자되지 않았으면, 즉 기사화 되지 않았으면 했다. 소비자들에게 다시 각인돼 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심지어 신 대표는 그날을 되뇌며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도 두렵다고 했다.

“그날 이후 변명 아닌 사실을 얘기해도 다 소용이 없더라고요.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해도 또다시 다른 식으로 왜곡되고 곡해되기 일쑤였죠. 법에 호소할까도 고민했지만 우리처럼 조그만 회사에서는 득보단 실이 더 많았어요.”이처럼 어려운 과정에서도 그는 지난해 말 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약속한 장학금을 기부하며 나눔을 직접 실천하기도 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다”… 4월 신제품 출격 완료= 그날 이후 지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신 대표는, 하지만 끝내 제품 개발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선보인 ‘아이엠300 에제(IM300 Aise)’에 이어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제품은 올 메탈, 커널형과 오픈형으로 이미 스피커 개발을 완료했다. 물론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부품 하나까지 모두 신 대표의 손을 거쳤다. 참고로 이어폰은 커널형과 오픈형으로 나뉜다. 커널형은 고무재질의 이어팁이 귀속까지 들어가는 형태고 일반적으로 동그란 모양으로 귀입구에 걸어놓는 것이 오픈형이다. 요즘은 국내에 유통되는 이어폰의 80~90% 이상이 커널형이다.

“국내 브랜드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아요. 값싼 중국산 제품은 치고 올라오지, 값비싼 외국산 제품은 나름대로 시장을 성장하고 있지, 딱히 포지션링 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 여기다 휴대폰 번들용 제품들도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온 상태예요. 하지만 이 것만은 알아줬음 해요. 우리 같은 소기업들은 디자인, 소리 품질 등 하나를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요. 싸고 좋은 제품이 아닌, 제품 자체가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그런 생각뿐이에요.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거죠.”

신 대표는 매년 초가 되면 매번 결심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새해가 밝을 때마다 올핸 헤드폰을 꼭 만들어야지 생각해요. 국내 헤드폰 시장은 전부 외국 거예요. 시장 자체가 작고 투자비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헤드폰은 음질 투닝도 어렵고 헤드폰을 만들 정도의 노하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쉽게 만들 수 없어요. 그렇다보니 매년 새해마다 다짐하죠. 올핸 헤드폰을 꼭 만들겠다고. 언젠간 이뤄지겠죠. 하하.”참고로 유코텍은 헤드폰과 이어폰을 만들 때 필름형 다이나믹(진동판)에서 소리를 내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더블 돔(Double Dome)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다.

?만원짜리 제품을 사더라도 10만원짜리 제품을 산 만족감을 드리고 싶어요. 포장 하나까지도요. 제품 자체를 눈여겨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반드시 기대에 보답하는 유코텍이 되겠습니다.”

신 대표의 사무실 정 가운데에는 성경 말씀이 하나 걸려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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