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딸기찹쌀떡’ 일본 장인 ‘충격’ 인터뷰 “청년은 거짓말로 장사해선 안 돼”

[김민석의 이슈 리마인드] ‘딸기찹쌀떡’ 일본 장인 ‘충격’ 인터뷰 “청년은 거짓말로 장사해선 안 돼”

기사승인 2015-03-24 10:27: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딸기찹쌀떡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청년 달인’의 기술을 빼앗고 거리로 내쫓은 ‘갑’으로 몰려 거센 비난을 받았던 안홍성(46)씨가 김모(32)씨를 23일 재차 고소했습니다.

이번엔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안씨는 “김씨의 사기 행위에 대한 책임도 차후 물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을 가지고 더 이상 기사를 작성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지난 11일 기사 -‘딸기찹쌀떡 갑을논란’ 그 이후 이야기… 원수가 된 동업자들 ‘화해’ 바라며- 에서 나타났듯, 두 사람이 화해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기사 보기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한쪽은 화해를 원했지만, 다른 쪽은 ‘절대 불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김씨가 지난 11일 인터넷에 올린 ‘공개 사과문’도 안씨에겐 변명으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특히 김씨가 사과문에 앞서 게재한 ‘반박문’은 안씨가 ‘2차 고소’를 결심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이 기사를 작성하게 된 데에는 안씨의 2차 고소 사실보다 바다를 건너온 소식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일본 오사카 지역에서 조그만 떡 가게를 운영하고 재일교포 다카다 쿠니오씨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전 김씨에게 기술을 전수해 준 적이 전혀 없습니다. 방송 촬영 전 만난 적도 단 한 번뿐입니다. 내 이름을 이용해 가맹점을 모집한다고요? 젊은 사람이 거짓말로 장사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김씨는 논란 직후부터 비법을 전수한 일본 장인으로 다카다씨를 언급하며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딸기찹쌀떡의 눈물’… 시작부터 거짓말

김씨의 입에서 ‘일본 장인’이 등장한 때는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SBS ‘생활의 달인’ 방송에서 김씨는 “2009년 10월 일본 오사카의 한 온천 앞 떡집에서 처음으로 딸기 찹쌀떡을 맛본 후 그 맛에 반해 제조비법을 전수받았다”며 “그 이후로도 일본에 10번을 넘게 갔다 왔다”고 말했습니다. 3개월 후 한 시사프로그램은 ‘딸기찹쌀떡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김씨가 다카다씨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는 마치 ‘삼고초려’를 연상시킵니다.

김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퍼트린 최초의 글에서도 “과일 찹쌀떡을 연구하려고 일본에도 10번 넘게 오가면서 피나는 노력과 연구 끝에 지금의 한국 최초 과일 찹쌀떡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검찰은 해당 글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100만원 약식기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씨는 또한 ‘M브랜드’ 홍보 전단에서 “M브랜드의 맛을 흉내 낼 수 없는 건 비법 레시피 때문이다. 일본 현지에서 3대째 모찌를 만들고 있는 재일교포 다카다 쿠니오 선생님으로부터 김OO 사장이 직접 전수 받은 100년의 기술이다. 이 레시피로 만들어낸 M브랜드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직접 경험해보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안씨와 갈라선 후 서울 신사동에 과일찹쌀떡 전문 M브랜드를 개점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10여개의 가맹점이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모 백화점에 입점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또 다른 백화점과 제휴해 중국진출도 앞두고 있습니다.

김씨의 가게 앞에는 24일 현재까지 ‘대한민국 최초, 과일 찹쌀떡 원조집’이라는 문구도 함께 방송에 수차례 소개됐다고 강조한 간판이 서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김씨가 ‘갑의 횡포에 당한 청년달인’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면 어떠하시겠습니까?



안씨는 지난 2월 1일 다카다씨를 직접 만나 자필 답변을 받아왔습니다. 다카다씨가 ‘김씨의 주장 대부분은 거짓말’이라고 확인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쿠니오씨는 김씨가 자신과 관련시켜 홍보하는 내용에 대해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서면 인터뷰를 모두 믿을 순 없었습니다.

안씨는 딸기찹쌀떡 이슈가 다시 불거지자 지난 12일 한 매체와 함께 바다를 건너가 18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을 찍었습니다. 다카다씨는 통역사가 필요 없을 정도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카다씨는 첫 질문부터 김씨의 주장과 확연히 다른 답변을 내놓습니다.

“김씨를 언제 만났고, 몇 번 만났느냐”는 질문에 다카다씨는 “2013년 4월에 처음 만났고 그 이전에는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 두 번째 만날 때에는 2013년 7월 초쯤 방송국 관계자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달인’ 방송에서 “2009년 10월을 시작으로 일본에 10번 다녀왔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일본에 2~3차례 다녀왔다고 말을 바꿨는데, 그것조차 거짓말로 밝혀진 겁니다.

장인의 비법, 존재는 하나?

놀라긴 이릅니다. 다카다씨는 이후로도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다카다씨는 “김씨가 처음 자신에게 접근할 때 ‘어머니가 서울에서 떡 장사를 하고 있는데 알려드리고 싶다’며 재료를 물어봤다”며 “한자로 ‘찹쌀’이 아닌 ‘쌀’로 만들었다고 가르쳐줬다. 그것뿐이다”고 했습니다.

안씨와 취재진이 “딸기찹쌀떡에 대한 비결이나 기술을 가르쳐 준적이 정말 없는 것이냐?”고 재차 물으려하자 다카다씨는 말을 끊으며 “전혀 알려준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다카다씨는 “3대째 가업을 이어 떡집을 하는 장인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 떡 장사를 한 지 20년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취재진이 “김씨가 ‘다카다씨로부터 3개월 간 기술을 전수받았다’라고 주장하며 프렌차이즈 사업 홍보에도 이용하고 있다”고 알리자 다카다씨는 “5분에서 10분 정도 재료에 대해서 조금만 설명했을 뿐이다. 어머니 얘기가 나와 가르쳐주고 싶었을 뿐 그것이 아니면 상대를 안 한다”고 못을 박아버렸습니다.

다카다씨는 이어 “이 가게는 슈크림빵과 고사리 떡이 전문”이라며 “딸기찹쌀떡은 딸기철인 12월부터 5월 전후까지만 판매한다. ‘2009년 10월 다카다씨의 가게를 방문해 딸기찹쌀떡을 처음 맛 봤다’는 김씨의 주장도 거짓말이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카다씨는 “방송 촬영 중 김씨가 왜 운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허탈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는 “나도 놀랐다. 왜 울고 있었는지 모른다. 당시엔 그저 김씨가 노력해 성공했다고 여기고 기뻐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논란이 벌어진 이후 김씨가 찾아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찾아온 적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고 일축합니다. 그런데 김씨는 최근 올린 사과문에서 ‘2015년 1월 20일 다카다씨를 만났지만 사과는 못 드렸다’고 적었습니다.

다카다씨는 “한국의 검찰에서 요청이 오면 증인으로 참석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요청이 오면 하겠다”고 흔쾌히 답했습니다. 법원 증인 출석, 그것도 바다를 건너 타국의 법원에 출석하겠다고 답하는 모습에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는 그의 확신이 느껴집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김씨가 하는 것은 장사가 아니다. 거짓말로 장사를 해선 안 된다. 장사를 하려면 손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젊은이가 눈앞에 있는 돈만 보고 장사를 하면 안 된다.”


2차 고소… 검찰·법원의 판단은?

안씨는 고소장을 통해 “김씨는 다카다씨로부터 과일찹쌀떡 상품의 제조 방법 및 기술을 배운 사실이 없으며, 일본 장인에게 2015년 1월 20일 다녀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제가 변호사 30명 이상의 대형로펌에 1억원을 수임료를 지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공연히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안씨는 “김씨가 비방 목적으로 ‘처음 들어본 사람의 이름으로 투자금의 일부만 들어왔었다’라거나 ‘권모씨가 찾아와 안씨로부터 모찌 싸는 기계 수입명목으로 대략 10억원이라는 돈을 사기를 맞았다고 했다’고 적시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안씨는 “김씨가 동업을 하는 동안 취득한 과일찹쌀떡 상품에 관한 제조 기술 등을 무단 사용, ‘M브랜드’를 개점해 영업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만약에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되면 김씨는 ‘M브랜드’ 가맹점 사업을 포기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김씨는 23일 통화에서 처음에는 “안씨가 찍어온 영상을 봤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전체 영상을 본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꾸더니 “(기자가) 안씨와 지인 아니냐?”는 엉뚱한 말로 다카다씨의 증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꺼렸습니다.

김씨는 다음날 오전 메시지를 통해 “다카다 선생님 그만 괴롭혀라. 제가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사과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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