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괴롭히니 물지!” ‘적반하장’ 나오면 강아지 강제 안락사?… 사실은 이렇습니다

[친절한 쿡기자] “괴롭히니 물지!” ‘적반하장’ 나오면 강아지 강제 안락사?… 사실은 이렇습니다

기사승인 2015-04-14 05:00:55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발병 초기 기침, 발열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 발병 3일~10일 물을 무서워하게 되고 발작. 근육경련 증상, 발병 10일 혼수상태, 2주 안에 탈수증 혹은 호흡근마비(합병증)로 사망.’

이렇게 무서운 질병의 정체가 무엇이냐고요? 우리가 광견병으로 알고 있는 공수병입니다. 사람이 걸렸을 땐 공수병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이 질병은 예방백신은 있지만 치료백신이 없어 지금까지 발병한 사람 중 단 5명만 생존한 치명적인 전염병입니다.

최근 이 내용이 발병자의 증상을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습니다. 네티즌들은 “광견병이 이렇게 무서운 질병인 줄 몰랐다”거나 “발병 후에는 100% 사망이라니 아찔하다” “치료제조차 없는 병이었다니” 등의 댓글을 달며 놀라워했습니다.

우리의 친구인 개와 고양이에게 물렸다는 이유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다고 하니 ‘충격과 공포’일만 합니다. 과장된 부분은 없을까요?

공수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2012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한 ‘공수병 지침서’를 살펴봤습니다. 지침서에 따르면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질환으로 정확한 추계는 어려우나 연간 4만 명에서 7만 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간 1000만 명 정도가 광견병 감염 추정동물로부터 물린 뒤 치료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광견병이라는 명칭 때문에 개에 물린 경우에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온혈동물은 광견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보다는 산속에서 종종 보이는 너구리가 특히 위험하다고 하니 귀엽다고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은 멀리해야겠습니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보통 2주~2개월의 잠복기를 가집니다. 잠복기가 끝나고 일단 발병을 하면 대부분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따라서 동물에게 물렸다면 신속히 광견병 감염 여부를 조사한 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문의한 결과 국내에선 1950년대부터 공수병 발병건수가 감소해 2004년 이후엔 사람이 감염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잠복기 동안엔 예방백신을 수차례 투여하면 완치될 수 있었습니다. 광견병추정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물렸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주인이 없는 동물에 물렸을 경우 피해자가 원한다면 즉시 살 처분 후 광견병 감염여부를 조사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광견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글이 준 충격이 컸던 것일까요?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애견인 입장에선 다소 섬뜩한 글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제목은 ‘개에게 물렸을 때 피해자가 강제 안락사 시키는 법’입니다. 글 첫머리엔 ‘개 주인이 적반하장으로 나올 때만 쓸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요지는 개에게 물렸는데 개 주인이 뻔뻔하게 피해자 탓을 한다면 피해자가 광견병 척수검사를 하자고 우기면 경찰과 보건소 직원들은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해당 글에는 두 가지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실화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 발생한 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첫 사례에 따르면 2011년 서울 도봉구에서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던 개가 이웃집 주민을 향해 심하게 짖었고, 화가 난 주민이 빈 캔을 개 근처로 던졌다가 개에게 물렸습니다. 문제는 사람을 문 개보다 개 주인의 태도였다고 합니다. 개 주인은 “왜 얌전한 개를 괴롭히느냐”라거나 “물건을 던졌으니 과실이 더 크지 않느냐”며 피해자 탓을 했다고 합니다. 또 “개를 괴롭힌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치료비를 물어주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렸다는군요.

두 번째 사례를 보면 서울 쌍문동에서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작은 푸들이 이웃집 아이를 물었는데 이번에도 개 주인은 아이 탓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화가 난 피해자가 광견병 척수조사를 위한 살 처분을 요구하면서 반전됩니다. 피해자 측에서 조사를 요구하면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네티즌들은 “동물보다는 사람이 중요하지” “‘개빠(극성 애견인)’들도 이 글을 꼭 봐야해” “개와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도 존중해 달라” “나도 물리면 꼭 이렇게 해야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좋은 정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사실일까요? 광견병을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질병관리과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네티즌들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절차는 사람이 동물에게 물리면 보건소와 병원에 신고를 해야 하고 14일 동안 관찰하게 돼 있고, 사람을 문 동물은 10일 동안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며 “관찰하는 동안 동물이 침을 흘리거나 죽는 등 이상증상을 보이면 광견병검사를 수행하게 된다”고 ‘매뉴얼’을 설명했습니다.

“공수병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즉시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이상증상도 없는데 강제로 도살한 후 검사할 순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개 주인이 동의를 한다면 검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반려동물도 살아 있는 생명이고 재산인데 그럴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실제 사례라고 올라온 이야기들이 인터넷 사전에도 올라 있다”고 알리자 관계자는 “저희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기사에서 언급한 사례는 네티즌들이 편집하는 백과사진 ‘엔하위키 미러’에도 등장했습니다.‘생명경시 풍조’를 담고 있는 근거없는 내용이 왜 믿을만한 정보로 둔갑해 빠르게 퍼진 것일까요? 사람보다도 개를 우선시하는 일부 ‘개빠’들에 대한 반감이 너무나 컸던 것일까요?

네티즌들이 남긴 격한 댓글 중에서도 “사람보다 동물이 우선일 순 없다”는 말은 크게 공감을 샀습니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을 물었다면, 일단 정중하게 사과부터 하는 게 어떨까요. 조금 억울하더라도 말이지요.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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