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대장암 수술을 위해 입원중인 박씨(68세, 남)는 입원 후 일주일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수술 후 침대에 오래 누워 있다 보니 수시로 토막잠을 잤고, 정작 밤에는 깊게 못자고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수면제 처방을 요구했다.
만성 심부전 환자인 최씨(51세, 여)도 한 달 째 병원에 머물면서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다. 심장이식 대기자로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다, 다인실에서 생활하면서 옆 환자들이 내는 여러 소리가 신경 쓰여 수시로 잠에서 깨곤 한다.
이처럼 입원환자들은 수면환경 변화와 질환에 대한 스트레스로 깊게 잠을 못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입원환자들의 수면습관을 올바르게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도입돼, 환자들이 수면 스트레스를 덜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병원장 박성욱)은 환자들이 좋은 수면습관을 가지고 양질의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수면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최근부터 입원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환자들의 수면장애를 개선하고 올바른 수면습관을 만들기 위한 이번 프로그램은 크게 ‘환자 교육’과 ‘의료진 교육’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입원하는 환자들에게는 ▲ 입원 시 모든 환자들에게 ‘올바른 수면습관’ 교육 ▲ 수면장애 발생 시 의료진 1:1 상담 ▲ 병원내 TV로 ‘입원 환자를 위한 수면 노하우’ 영상 매시간 상영 ▲ 스마트폰 시청 가능한 QR코드 배포를 통해 병원내 어디서든 수면습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진에게는 ▲ 수면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 ▲ 올바른 수면습관을 환자들에게 안내할 수 있도록 전 의료진 순차적 교육 ▲ 환자 수면패턴에 맞춘 수면제 처방시간 변경 교육 등이 이루어졌다.
이번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원환자들의 7.5% 정도가 수면제 처방받고 있거나 처방을 요구한다. 입원기간 중 수면제를 복용한 환자들은 퇴원 후에도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거나, 약을 끊어도 불면증이 지속되는 등의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제 처방시간 조정 등 환자생활과 밀접한 수면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이 약물 의존도를 낮추고,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전 의료진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이 도입한 ‘입원환자 수면관리 프로그램’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수면학회에서 발표된 이후, 타병원에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