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원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 황모(55)씨는 아내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는 심각한 의처증에 빠져 갈등을 빚다 1996년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아내를 살해, 12년 간 감옥 신세를 졌다.
황씨는 강산이 변하고도 넘는 세월을 복역했지만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2012년에도 내연 관계에 있던 한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주먹질을 했다. 그는 상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만 모인다는 청송의 한 교도소에서 다시 수감됐다.
황씨는 그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출소한 황씨는 지난해 8월 자주 가던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 주인 A(당시 50세·여)씨와 교제하게 됐다. A씨에 대한 황씨의 태도는 단순 교제를 넘어선 집착에 가까웠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A씨는 황씨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집 주소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A씨가 거부하자 황씨의 ‘고질병’이 도졌다. 아내는 아니었지만 의처증과 똑같았다.
황씨는 A씨가 식당에 찾아오는 다른 남성 손님과 가까이 지낸다고 여기고 식당에 살다시피 하며 A씨를 감시했다.
황씨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식당의 매출이 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자 A씨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결심이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을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해 9월 A씨는 서울 금천구의 한 모텔에서 황씨에게 “식당에 자꾸 찾아와 장사가 안 된다. 이제 그만 헤어지자”며 결별을 통보했다.
말다툼이 격해졌고 A씨가 “다른 남자와 잔 적도 있다”고 하자 황씨는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지고 다녔던 둔기를 꺼내 A씨의 머리를 마구 내리쳤고,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나왔다가 방청석과 피고인석 사이 분리대를 뛰어넘어 도주하려다 법정 경위에게 붙잡히자 이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11부(위현석 부장판사)는 최근 황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황씨는 그동안 수형생활을 통해서도 교화되지 않았다”며 “황씨가 앞으로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면 또 다른 이성에게 위해를 줄 개연성이 적지 않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키기로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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