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국민적 충격을 준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육군이 말을 바꾸거나 중요 사실을 감추는 등의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불신을 자초하는 ‘구태’를 이번에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군은 지난 13일 서울 내곡동 동원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지 4시간 이상 지난 오후 3시쯤 기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언론에 1차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육군 관계자는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사격장에 모두 6개의 사로(사격 구역)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같은 날 오후 7시쯤 2차 언론 브리핑에서는 20개의 사로가 있었다고 전했다. 말을 바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첫 브리핑에서 사로 개수와 조교 숫자를 마춰 조교 1명 당 예비군 1명을 ‘밀착 통제’했다는 인상을 주려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사건 현장에 대위급 장교 3명과 현역병 조교 6명이 배치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각 사로에 자리잡은 20명의 예비군을 한꺼번에 통제한 것이다.
총기의 전방 고정 장치가 있었는지에 관해서도 육군은 석연치 않은 설명을 내놓았다.
2차 브리핑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자 육군 관계자는 “(총기 난사 가해자 바로 옆) 2사로 총기는 (고정 장치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3사로는 (고정 장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2차 브리핑 때는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8시간이나 지난 시점이다. 이 때까지 현장 파악조차 제대로 못한 듯한 답변을 한 것이다.
육군이 총기 고정 장치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총기 난사 참극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빙빙 돌리는 듯한 설명으로 피해가려고 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건이 발생한 동원훈련장에서 규정과는 어긋나게 예비군에게 실탄 10발이 장전된 탄창을 지급했던 부분도 마찬가지다.
육군은 1차 브리핑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가해자 최모(23) 씨가 실탄 10발이 든 탄창을 지급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이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브리핑에서 지적이 잇따르자 육군 관계자는 예비군 사격 훈련장에서는 1인당 실탄 9발 지급이 원칙이며 사고가 난 부대에서 10발씩 준 것은 실탄 개수를 쉽게 세기 위한 편의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육군은 예비군 사격장에 배치돼야 하는 조교 수를 비롯한 중요 사실 질문에 대해 “정해진 규정이 없고 부대 사정에 따라 다르다”는 식의 답변만 늘어놓았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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