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커닝하는 ‘최고의 머리’ 서울대, 드러나버린 ‘최악의 가슴’

[이슈 인 심리학] 커닝하는 ‘최고의 머리’ 서울대, 드러나버린 ‘최악의 가슴’

기사승인 2015-05-15 11:12:55
국민일보DB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교수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서울대가 이번에는 학생들의 ‘부정행위’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성추행과 부정행위 둘 다 ‘부정직함(Dishonesty)'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라는 이름이 가지는 심리는 대한민국 ‘최고, 최대, 최선, 최초’이지만 그 모습은 ‘최저, 최소, 최악’을 보여주고 있다. 지식이 높은 것과 최고의 정직함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에 자부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김천 성의여고’라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직성을 강조하면서 ‘무감독 시험’을 치렀다. 당시 충격이었고 의문이 가득했던 제도였다.

하지만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도 무감독 시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경우 ‘명예선언(honor code)’이 유명하다. 시험시간에 교수는 시험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 하고 시험장을 나간다.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정식=명예=자부심’의 공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서울대 ‘커닝’ 사건은 학생들의 문제도 있지만 학교의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는 커닝하면 퇴학이고 다른 학교로 편입이 불가능하다. 중국에서도 커닝하다 적발되면 국가시험에 3년간 응시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대 학생들이 한 교양 과목의 중간고사에서 조교의 눈을 피해 학생들이 서로 커닝을 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스마트폰으로 찍어놓은 교재 내용을 보고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와 답안을 작성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달에 채점이 이미 끝난 답안지를 고쳐 성적을 바꾸려해 수강생 전원의 성적이 무효처리가 된 적도 있었다. 이것은 거의 ‘조작’ 수준에 해당한다.

심리학 용어 중에 ‘벽에 붙은 파리 효과(fly-on-the-wall effect)’라는 것이 있다.

원래 ‘fly on the wall’의 뜻은 ‘있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실험 참가자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위해서 벽에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카메라는 벽에 있는 파리의 눈처럼 실험 속에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벽에 붙은 파리’는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사용된다. 심리학에서 이 효과는 ‘객관적인 눈’, ‘제3자적 눈’을 의미한다.

상담을 할 때마다 내담자들에게 상처를 받은 과거를 떠올릴 때면 ‘감정’이 올라와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녹음해서 다시 들려주면 창피해 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과거 자신의 모습은 ‘내면자아’이고 화를 내고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현실자아’이다. 그리고 내면자아와 현실자아가 만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또 다른 모습을 ‘객관적 자아’라고 한다. 이렇게 제3자의 모습에서 보면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서 ‘감정’의 아픔이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서울대 ‘커닝’은 제3의 눈이 아닌 현실자아의 비극이다.

도대체 커닝을 하는 심리적 원인은 무엇일까?

커닝을 한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즐기는 공부가 아니라 공부의 노예로 1등만이 최고이고 공부로 살아남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승리자들로 훈련받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시험결과에 따른 ‘보상심리’를 경험해왔기 때문에 보상심리 중독에 빠진 결과물들이다. 보상심리는 노력에 대한 욕구를 다른 것으로라도 채우려고 하는 심리를 말한다. 특정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몇 년을 투자했는데 입사하지 못한 경우, 그 회사와 비슷한 충족을 해 주는 곳을 들어가서 자신의 노력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고 하는 것이 바로 보상심리다. 하지만 대부분은 처음의 목표를 상실한 후 두 번째 목표에 대해 같은 욕구를 채우려고 하지만 채워지지 않을 때 부정직한 보상심리가 일어난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갔지만 최고들만 모여 있는 집단 속에서 또 다시 1등 하기가 힘들어서 1등에 가까운 다른 결과라도 얻기를 바라는 심리에서 집단커닝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대학교에 머리로만 최고의 인재(人才)가 아닌 머리도 가슴도 최고인 대학생들로 넘쳐나길 기대해본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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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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