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곳 중 하나로 알려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일부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방문했다. 앞서 10일에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가 매출이 떨어졌다는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딸, 손자, 손녀와 함께 찾았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당 대표로서 불안해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노력일까,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시스템을 단단하게 하기 보다는 여당 대선후보 1순위로서 정치적인 움직임에 더 심혈을 쏟는 것일까.
특히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대행이 병원이나 보건소를 갈 때 메르스 때문에 매출이 뚝 떨어졌다는 지방의 ‘돼지국밥집’을, 손자·손녀까지 데리고 가서 숟가락을 드는 건 얼핏 보면 상당히 참신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신은커녕 오히려 진부한 행동이다.
김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일부 매체에서 ‘안심 메시지’라고 표현한 것을 봤다. 일단 김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병원이나 환자가 다녀가 매출이 떨어진 식당에 가서 “여기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면 국민들도 “아~ 거기 괜찮군요~”라고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발상은 ‘정치적인 생각’일 뿐이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사진 찍는 모습이나 메르스 때문에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니까 일부러 가족들과 함께 돼지국밥집을 가고 마스크 없이 병원을 출입하는 거나 사실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그런 ‘연출’에 장단을 맞춰주지 않는다. 심리학을 배우지 않았어도 정치인들의 속마음을 훤히 아는 것은 국민들이 매번 선거가 끝난 이후 ‘공약 파기’와 ‘서민 외면’을 맛봐야 했기 때문이다.
여당(與黨)의 의미는 같은 편(與)의 당(黨)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여당은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와 같은 편의 정당이라는 말이다. 대통령의 정치적인 문제점이나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고치고 수정하도록 도와서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 여당의 일이다.
하지만 최근 김 대표가 병원과 식당 방문을 통해 밝힌 ‘서민 챙기기’는 정부가 국가적 위기대응 시스템의 구조를 발전시키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 챙기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질서(1902), 사회조직(1909), 사회과정(1918)을 쓴 미국 사회학자인 찰스 호턴 쿨리(Charles Horton Cooley)는 ‘경상자아(looking-glass self)’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인간은 가족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친구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된다는 의이다. 즉, 사회 속에서 ‘나’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집단 거울’을 통해 자아가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회의원 김무성’인 김 대표는 최근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집중 거론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자아도 여당 대표로서 김무성 국회의원이라는 스스로의 자아가 아닌 ‘대선 후보 김무성’의 자아를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 대표가 돼 달라고 뽑아 준 국회의원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김 대표는 주변의 정치적 거울이 아닌 정직한 거울을 봐야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그의 행보를 ‘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교대학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