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무박2일’ 협상 10시간에도 견해차 못좁혀

남북, ‘무박2일’ 협상 10시간에도 견해차 못좁혀

기사승인 2015-08-23 10:09:55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남북이 22일 저녁부터 판문점에서 ‘무박2일’의 마라톤 고위급 접촉을 진행했지만 견해차를 최종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를 함께한 뒤 10시간 가까이 지난 이날 새벽 4시15분에 정회한 남북 대표단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에 다시 판문점에서 만나 입장차를 조율하기로 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는 크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측의 경우 언론을 통해 고위급 접촉 사실을 신속히 전하면서 우리나라를 그동안 많이 사용하던 ‘남조선괴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로 표현하는 등 종전과는 다른 자세를 보였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이날 새벽 회담 정회 및 재개 방침을 브리핑하면서 “남북이 발표하기로 한 합의문안”이라고 양측간 합의를 강조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전날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미소를 지으며 남북 고위급 접촉을 시작했지만 이틀째 마라톤 협상을 이어갈 정도로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공개한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 동영상을 보면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 그리고 황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대표단은 평화의 집 로비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건넸다.

평화의 집 회담장으로 이동해 오후 6시30분쯤 회담을 시작하면서 양측은 미소를 머금고 다시 악수를 건넸지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만난 탓인지 얼굴에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회담 시작 전부터 우리측은 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로 회담이 난항을 겪었고, 양측 대표단은 수차례 정회 시간을 갖고 본국과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밤샘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대표단은 휴식시간에 야식을 먹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9시간 45분가량 진행된 고위급 접촉 과정에서 남북은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및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따른 한반도 군사적 긴장과 관련 양측의 견해차를 확인한 뒤 접점 찾기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지난 4일 발생한 DMZ 목함지뢰 도발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했고, 우리 측은 이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남북은 또 이런 군사적 긴장 문제와 별도로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 사안은 물론 북핵문제 등 남북간 현안 전반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남북 고위급 접촉이 끝난 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에서 양측간 협의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3시에 접촉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회담 진행 상황을 알려졌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새벽 청와대 브리핑에서 “남북은 8월22일 오후 6시30분부터 잠시 전인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은 오늘 새벽 4시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늘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남북이 합의한 발표문이라는 점도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남북 접촉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회를 한 상태로,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최종 타결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타결 의지가 크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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