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킬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진보진영은 국정 교과서가 결국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교과서 쟁점의 핵심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국사 교과서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살펴봤다.
◇ 이승만 전 대통령, 독재 등 부정적 평가 대부분
그동안 국가가 발행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표현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우선 독립운동에 관한 서술이 간략하다.
2011년 검정 체제로 완전히 바뀌기 직전의 국정 교과서(2002년 초판 발행)는 임시정부를 다루며 "미국에 구미위원부를 두어 이승만을 중심으로 외교활동을 전개하여 한국독립문제를 국제여론화하는데 노력하였다"고 적었다.
이 부분 말고 일제 강점기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의 활동을 특별히 부각한 내용은 없다.
그전의 국사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제2차 교육과정에 따라 문교부가 1968년 초판을 발행한 교과서도 다른 인물들과 함께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간략히 언급했을 뿐이다.
이 교과서는 "독립협회는 독립문과 독립관을 건설하고 독립관에서는 정치 집회를 자주 가졌으며, 종래의 개화주의자와 달리 서재필, 남궁억, 이상재, 윤치호, 이승만 등 젊은 지식인들이 자주독립을 주장하였다"고 기술했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부정적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3차 교육과정에 따라 1979년 초판 발행된 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은 제2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정치 파동을 일으켜 국회를 탄압하여 발췌 개헌안을 통과시켰다"고 썼다.
이후 발행된 국사 교과서도 "장기 집권을 위해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사사오입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집권 연장을 위하여 노골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하였다" 등 독재정치를 부각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1990년대 들어 비판적 서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었다.
1961년 5월16일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군인들이 정변을 일으킨 사건은 '5·16 혁명'으로 기술됐다가 제6차 교육과정에 따라 1996년 발행된 교과서부터 '5·16 군사정변'으로 바뀌었다.
1968년 초판 발행된 교과서는 "파쟁과 혼란을 일소하고 공산침략에서 국가와 민족을 건지기 위하여 일어난 것이 5·16혁명"이라고 썼고, 1979년 발간된 교과서는 "국민을 부정부패와 불안에서 해방시켜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1961년 5월16일 혁명을 감행하여…"라고 적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1982년판 교과서도 비슷하다.
'5월 혁명'이라는 표현을 써서 "국민을 부정부패와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 민주국가를 건설하자는 기치"라고 기술했다.
1990년 발행된 교과서도 '5·16 군사혁명'이라는 용어를 고수했다.
그러다 1996년 고등학생이 배운 교과서는 '5·16군사정변'을 써서 "군사정변을 일으킨 군부는 즉각 헌정을 중단시켰으며…"라고 기술했다.
1972년 10월 선포된 유신체제에 대한 서술도 1990년대 들어서야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1979년 발행된 교과서를 보면 "1972년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고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달성할 정치,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자 헌법을 개정하고 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고 돼 있다.
그러다 1990년 초판이 발행된 교과서는 10월 유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변질시킨 권위주의 체제"로 평가했고, 1996년 바뀐 교과서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정치 활동을 제약한 독재체제"라고 비판했다.
2002년 발행된 교과서 역시 "민주적 헌정체제를 부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면서 장기적인 독재체제를 구축"이라고 기술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은 독재를 미화했다가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5·16 군사정변이나 10월 유신에 대한 비판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국정 교과서들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79년 발행된 교과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해 "북한을 월등히 능가하는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중흥의 새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기술했다.
2002년 나온 교과서도 1962∼1971년 두 차례 진행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 "이 기간에 경제성장률이 매년 10% 안팎에 이를 정도로 고도성장이 이루어졌다"고 적었다.
◇ 현행 검정교과서, 표현상 차이 적지 않아
국정 국사 교과서가 2011년 검정체제로 완전히 바꾸면서 교과서별로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표현이 달라졌다.
물론 교육당국의 편수용어에 따라 '5·16 군사정변' 등의 용어를 쓰고 독재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표현, 분량 등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 교과서보다 근현대사 분량이 늘었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은 여전히 많지 않다.
현재 고등학생이 공부하는 비상교육 교과서를 살펴보면 "1919년 9월 이승만을 임시 대통령으로 하고 이동휘를 국무총리로 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출범하였다" 등의 독립운동 부분은 간략하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광복 이후 남한만의 총선거를 주장하고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사실은 상세하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 청산보다 반공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폈다" 등의 표현으로 정부 수립 이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비판적이었다고 썼다.
이런 점을 들어 단일 교과서를 찬성하는 이들은 현행 검정 교과서들에 이 전 대통령의 공(功)이 너무 적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이 곳곳에 등장한다.
예컨대 "일본의 진주만 침략 이후 이승만은 미국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주요 인사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편지를 보내 임시 정부의 승인을 집요하게 요구하였다"며 임시정부의 국제적 승인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뤘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 전 대통령의 사사오입 개헌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다른 교과서들보다 상대적으로 비판의 강도는 덜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도 교과서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비상교육 교과서는 5·16 군사정변을 설명하며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활동 금지, 정당·사회단체 해산 등으로 비판적 세력을 탄압했다고 기술했다.
반면 교학사 교과서는 5·16 군사정변에 대해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고 적었다.
특히 당시 윤보선 대통령이 쿠데타를 인정하고 육사 생도가 지지시위를 했으며 미국도 곧바로 정권을 인정했다는 부분도 들어있다.
또 10월 유신을 두고 "자유민주주의 정도에서 벗어난 비상체제인 동시에 독재"라고 비판하면서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긴박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음을 부각했다.
진보 진영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고 지적받는 대목이다.
다른 교과서들이 박 전 대통령이 10월 유신으로 국회 해선, 정치활동 금지, 유신헌법 제정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자세히 기술한 것과 대비된다.
박정희 정부 시대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서술이 많다.
미래엔 교과서는 수출위주의 정책으로 대외 의존도가 크다는 한계를 짚으면서도 "세계는 우리의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었다"고 썼다.
◇ 국정 교과서 독재·산업화 서술 어떻게 달라질까
2017년부터 적용될 단일 교과서에서 쟁점이 되는 현대사 부분의 서술은 현행 검정 교과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국정화 방침을 발표할 때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하고 과학·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발전상에 대해 균형있게 서술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승만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재가 줄어들고 경제발전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친일이나 독재를 미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편수용어에 '5·16 군사정변'으로 돼 있는데 그 표현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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