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동남아의 한 카지노에서 도박판을 벌인 혐의(상습도박 등)로 경비용역업체 H사 대표 한모(65)씨와 금융투자업체 P사 대표 조모(43)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화장품 업체 네이쳐리퍼블릭 정운호(50) 대표까지 최근 원정도박 혐의를 인정했거나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기업인만 8명이다. 이들은 최소 35억원의 판돈을 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급’ 투수들이 원정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문제의 선수들은 결국 한국시리즈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기업의 대표, 수십억 원의 계약금·수억 원이 연봉을 받는 스타 운동선수들. 이처럼 대중의 시선에 ‘성공한 자’라고 여겨지는 이들의 연이은 도박 혐의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히 ‘성공해서 돈이 많으니 도박도 하겠지’라고만 생각할 문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숫자’에 대한 주관적 확률(objective probability)과 객관적 확률(subjective probability)의 균형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번에 도박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의 공통점은 ‘높은 연봉’이다. 해당 기업인들도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소득이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높은 숫자의 돈을 맛보던 이들은 돈이 없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과 구별되는 이유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바로 바로 숫자의 균형이 깨져서 그렇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사위는 1부터 6까지 6가지 종류의 눈이 있다. 10번을 던지든 100번을 번지든 눈이 1이 계속 나온다는 확률은 1/6이다. 이게 객관적 확률이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 확률이 도박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왜곡돼 주관적 확률로 전달된다. 그래서 주사위를 100번 던져 1이 30번 나온 후101번째 던질 때 확률이 1/6이 아닌 30/100이라는 주관적 확률로 바뀌어 버린다. 특히 평상시에 큰 액수의 숫자를 접하던 이들은 이 ‘주관적 확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소득이 높은 이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경우, 자신들의 낮은 숫자에 대한 객관적 확률이 깨지면, 그에 맞는 쉽게 구입 가능한 로또나 복권 같은 낮은 숫자의 주관적 확률을 높이게 된다.
반면에 돈을 많이 버는 이들의 경우 높은 숫자에 자신들의 객관적 확률을 유지해오다가 어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했을 때, 진짜 객관적 확률을 누르고 주관적인 확률이 내면에서 스스로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겪어왔던 경제적으로 높은 성공의 확률을 ‘낮은 수준의 도박심리’에도 적용을 하는 것이다.
또 스포츠 선수들이 도박에 빠지는 다른 이유는 ‘환경적 왜곡’이 있다. 요즘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현재 프로의 세계에서 활약을 하는 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의 균형을 갖추며 성장한 경우가 별로 없다.
합숙을 통해 공부와는 떨어져서 운동이라는 ‘격리된’ 상황 속에서 성장한 사례가 많다. 이 환경적 왜곡이 스포츠 선수들로 하여금 객관적 확률보다는 주관적인 확률에 쉽게 빠지게 한다.
심리학 용어 중에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는 1992년 스탠포드 대학교의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 교수와 버클리 대학교의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교수의 ‘예상 이론의 발전: 불확실성의 축적된 묘사(Advances in prospect theory: Cumulative representation of uncertainty)’ 논문에서 사용됐다.
이 닻내림 효과는 ‘앵커링 효과’ 또는 ‘정박 효과’라고도 한다. 배가 어디에 닻이 내려졌나에 따라 배가 그 곳에 머무르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어떤 정보를 처음 접하게 되느냐에 따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정보에 따라 순수한 판단이 아닌 왜곡된 판단을 하게 되는 현상이다.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수평적인 친구보다는 선후배의 위계질서적 인간관계가 닻내림의 효과로서 먼저이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는 정해진 계획에 길들여지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뿐만 아니라, 20대에 가까워지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자신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실천해 볼 기회를 가져본 적 없이 별로 없다. 운동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면 성인이 됐음에도 그렇다.
즉,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모르는 ‘무계획적’ 삶에 빠지게 되는 닻내림의 효과를 맛보게 된다. 반대로 ‘승부근성’과 ‘승리’와 같은 ‘감정적’ 대화와 자극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성적인 부분이 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여기에 이들은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연소득을 올리게 된다.
돈 관리의 부족과 스스로 삶을 계획하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도박’은 그들에게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런 선수들은 도박을 통한 ‘승리’를 주변 인맥에게 자랑처럼 이야기 할 가능성도 높다.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박물관에는 이상한 모양의 조각상이 있다. 앞머리는 길게 나있고 뒷머리는 대머리이다. 발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
이 조각상의 이름은 ‘기회’다. 이 ‘기회’ 조각상의 앞머리가 긴 이유는 금방 알지는 못하지만 발견했을 때는 쉽게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것은 지나가면 붙잡지 못하는 것을 의미다. 날개가 발에 있는 이유는 기회는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KBO와 삼성 라이온즈는 팬들의 응원소리에 닻을 내리고, 기회를 잃지 않길 바란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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