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주거래계좌를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30일 오전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계좌 전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원 ‘페이인포(www.payinfo.or.kr)’에서 각종 자동이체 목록이 확인 가능하고 보험료, 관리비, 카드값, 통신요금 등 납부 계좌를 다른 계좌로 옮길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주거래은행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건 이미 조사를 통해서도 증명이 된 상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실시한 계좌이동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을 원했다는 응답자가 51.2%에 달했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을 실제로 변경했다는 답변은 17.8%, 변경하고 싶었으나 못했다는 답변은 33.4%였다. 그동안은 이처럼 절차가 번거로워 실제 변경이 쉽지 않았지만 이같은 ‘벽’이 계좌이동제로 인해 허물어지는 것이다.

한국보다 먼저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국가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던 대형은행들이 고전한 사례는 국내 은행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즈, 바클레이즈, RBS, HSBC 등 영국 4대 금융기관의 보통예금 시장점유율은 75%를 차지했으나 계좌이동제 도입 후 점유율이 상당 부분 떨어졌다.

2013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175만 건의 계좌이동이 발생했는데 바클레이즈는 지난해 한 해 동안만 약 4만 계좌가 유입되고, 12만 계좌가 빠져나갔다. 고객으로 치면 8만 명 이상의 잃었다. 로이즈도 5만 계좌, 낫웨스트(Natwest)는 7만 계좌가 순유출됐다. HSBC도 4만8000계좌가 유출됐다.

따라서 국내은행들도 계좌 수성·탈취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이런 형국을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주로 주거래 통장·적금·카드·대출 등으로 꾸려진 주거래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최근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을, 신한은행은 ‘주거래 우대 통장·적금 패키지’로 맞불을 놓았다.

KEB하나은행은 ‘행복투게더 패키지’, 우리은행은 ‘웰리치 주거래 패키지’, NH농협은행은 ‘주거래 고객 우대 패키지’를 각각 출시했다.

이들 상품은 많게는 연 2%대 후반의 이자를 지급, 저금리 시대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자비용이 크지 않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이뤄진 주거래 통장에 대한 은행들의 실적이 양호한 편이다.

출시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수조원대의 실적을 올렸다.

KB국민은행 6조5000억원, 신한은행 2조7000억원, 우리은행 1조7000억원, KEB하나은행 2조2000억원의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들로서는 안정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소비자원은 “소비자는 먼저 중·단기적으로 자신의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위주로 거래하는 소비자는 은행 이용의 활용 범위를 넓히거나 증권, 보험, 카드와 연계된 거래중심 은행금융거래의 집중화, 다양화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금융거래의 구성을 새롭게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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