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상태로 수년 간 보관한 아버지 A씨(34·사진 가운데)는 어린 시절 불우하지도 않았고 사이코패스 성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6일과 17일에 실시한 1차 범죄심리 분석 결과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준의 성향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격평가, 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 프로파일러 면담 등으로 이뤄진 이 조사는 오원춘 등 과거 주요 흉악범죄 피의자의 심리분석 경험을 가진 경찰청 소속 권일용 경감과 경기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등 2명이 주관했다.

1차 조사이기 때문에 ‘사이코패스가 아니다’라고 못 박을 순 없지만 범행의 잔혹함을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면밀한 분석을 위해 2차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2012년 10월에 아들이 씻기 싫어해 욕실로 끌어당기다가 아들이 넘어져 다쳤으며, 약 1개월 뒤 숨지자 부엌에 있던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집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살해한 건 아니라는 항변이다. 그는 아들의 시신 일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리기까지 했다.

B씨는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 변호인에게 “아들이 갑자기 죽었는데 병원에 데려가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처벌이 두려워서, 마냥 방치할 수는 없어서 훼손했다”고 말했으며, 시신 일부를 쓰레기봉투 등에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냉동고에 안 들어가서 그랬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 시절 유복한 집에서 자랐지만 7∼8년 전부터는 아버지와 연락도 끊고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직업도 구하지 못했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군면제를 받을 정도로 성인이 된 후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아내가 전화상담원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B씨의 지인은 “장남인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네가 우리 집 장남이니까 성공해서 집안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강박관념이랄까 늘 어떤 부담감을 짊어진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아내나 딸까지 학대하진 않았다.

사망한 아들 B군의 여동생(9)을 돌보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여동생이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징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A씨는 17일 구속되기에 앞서 열린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내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A씨는 사기 전과 1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04년 10월 인터넷상에서 사제폭탄, 청산가리 등을 판다고 광고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온 이들에게 총 43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2006년 구속되기도 했다.

A씨와 아내는 22세 때인 2003년에 만나 동거했고, 2005년에 B군을 낳고 혼인신고를 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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