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아들 시신 훼손 父, ‘단절’ 앞에 쓰러지다

[이슈 인 심리학] 아들 시신 훼손 父, ‘단절’ 앞에 쓰러지다

기사승인 2016-01-19 09:55:57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상태로 수년 간 보관한 아버지 A씨(34)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범행의 잔혹함과 미제 사건으로 남았을 지도 몰랐다는 사실에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지식이 많은 사람과 가슴이 따뜻한 사람, 누가 더 똑똑한가?”

지식이 많아도 살인이 일어난다. 지식이 적다고 살인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지능지수(IQ)가 높고 낮음은 자기만족이다. 가슴이 따뜻하면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을 한다. 하지만 가슴이 차가우면 분명히 살인이 일어난다. 그래서 감성지수(EQ)가 높은 것은 모두의 만족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지식이 많으면 좋겠지만 ‘가슴이 따뜻한 사람교육’이 우선이다.

교류분석 전문가였던 심리치료사 클라우드 스타이너(Claude Steiner)는 1997년에 출간한 저서 ‘정서지식습득(Achieving Emotional Literacy)’에서 처음으로 ‘정서지식(emotional literacy)’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정서지식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감(empathy)’을 할 수 있다. 이 공감은 자신의 발전도 가져오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랑의 감정’을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반대로 타인의 정서를 읽지 못하는 ‘정서 문맹(emotional illiteracy)’이라는 말은 1999년 심리치료사인 댄 킨들런(Dan Kindlon)과 마이클 톰슨(Michael Thompson)이 쓴 ‘카인 들어올리기(Raising Cain)’의 핵심 개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영어표현에서 ‘지옥을 들어올리기(raising hell)’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뜻이 ‘큰 소동을 일으키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없게 되면, 스스로 무의식 속에 잠재된 ‘얼음’ 감정과 ‘불’ 감정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 얼음과 불의 감정의 크기는 부모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TV를 보고 있던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는 절대 울면 안 된다. 울면 지는 거다. 알겠지?” 또는 동생들 앞에서 자주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장남이니까 동생들 다 챙겨야 한다.”

이런 아버지의 말들은 아들과 정서적 교류(emotional transaction)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찾아보면 A씨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 이와 유사한 경험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단절된 정서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성장한 사람은 또 다시 자신의 자녀와 정서적 교류가 단절된다. 아버지와의 정서적 교류의 단절을 넘어서 폭력까지 더해진다면, 아이는 정서문맹과 폭력을 자신의 무의식에 내려놓았다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풀지 못했던 ‘정서적 지옥’을 아이에게 쏟아놓게 된다.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인 존 로크(John Locke)는 1693년에 출간한 ‘교육에 관한 고찰(Some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에서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하얀 종이와 같아서 그 종이 위에 교육이 새겨 진다’는 ‘백지설(tabula rasa)’을 주장했다. 마음은 종이라서 일기장도 됐다가 그림을 그리는 스케치북이 되기도 한다. 언어폭력을 쏟아 붓는 날이면 마음의 일기장에는 온갖 언어의 상처로 새겨지게 된다. 구타나 무시 혹은 눈총과 같은 비언어적인 폭력을 전달하는 날에는 붉은 색 ‘피’와 검은 색 ‘우울’로 휘갈겨진 그림들로 가득할 것이다.


‘아이들은 왜 태어나는 것일까?’

이제는 부부가 되기 전에 사회제도로서, ‘부부’가 무엇인지, ‘부모’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부부교육’과 ‘부모교육’이 의무교육으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체되면 ‘나는 왜 태어났나?’라고 의문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 질 것이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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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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