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적자폭에도 용역비 명목으로 본사에 꼼수 송금
사전 국세청 협의 없이 일방 진행... 당국 사실확인 돌입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SC제일은행(옛 한국SC은행)이 과세당국과 해외용역비 등에 대한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3년 동안 3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해외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SC제일은행은 마치 영국 본사로 배당을 안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실질적으로 용역비(브랜드 사용료, 해외자문료 등)로 수천억원을 빼돌린 셈이다. 최근 금감원은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돌입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PLC)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해외 본사에 고액 배당금을 송금해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계열사 스탠다드차타드 런던 및 싱가포르 등 특수관계자에 경영자문 등에 대한 용역수수료 및 브랜드 사용료로 2977억2800만원을 지급했다. 한국에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지만 자문료와 브랜드 사용료 등을 빼먹지 않고 챙겨준 셈이다.

SC제일은행의 해외 용역비는 2013년 753억1900만원, 2014년 1063억2200만원, 2015년 1160억8700만원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SC제일은행의 당기손익은 1169억4400억 흑자에서 2014년 645억8300만원 적자, 지난해 2858억2700만원 적자로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

또한 SC제일은행의 해외용역비는 탈세논란도 불러왔다. 부가가치세 10%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해외용역비는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할 때와 달리 법인세(24.2%)와 배당소득세(15.4%)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뿐 아니라 SC제일은행이 현재 국세청과 이전가격 사전합의제도(APA)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도 문제다.

APA는 국세청이 국내 진출한 외국계 법인의 해외용역비와 같은 자본송금 규모를 사전 조정함으로써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제도다. 따라서 국세청과 APA가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과세액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법인이 임의로 해외용역비 등을 해외 본사나 계열사로 송금할 수 없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금감원은 SC제일은행에 해외용역비 유출과 관련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SC제일은행과
APA(이전가격 사전승인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용역비 3년치가 묶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세청에 협의없이 임의로 해외자문료가 지급됐다면 이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쿠키뉴스는 SC제일은행에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SC제일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17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했다. 투입된 공적자금 가운데 4조2000억원(SC은행)은 아직 회수되지 않고 남아있다.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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