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프리즘] 한강,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듣고

[쿡 프리즘] 한강,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사승인 2016-05-18 02:00:58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마음 속으로 전율이 일었다.

부커상은 꿈의 상이다. 유수의 작가들이 부커 상을 타고 권위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영연방을 범위로 상을 하나 주고 그 외의 지역을 대상으로 상을 하나 또 준다. 이것이 부커 인터내셔널 상이다. 노벨상을 탄 앨리스 먼로와 존 쿳시 등도 부커 상을 수상한 바 있던 작가들이다. 우리 소설계에서 한강은 오래 전부터 대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 감성이 이렇게 인정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한강의 소설은 아름답다. 매우 미려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깨질 듯한 감성을 서늘하게 담아낸다. 자신의 여성성을 드러내면서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 대 작가들이 이루지 못한 미학을 이루었다. 그러면서도 절대 서사를 놓칠 수 없게 긴장을 조성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3부작은 이 같은 긴장 속에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양 극단의 감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미지와 묘사 기법을 잘 사용하는 작가로 꼽힌다. 색채와 역동적인 이미지를 매우 잘 사용하는 그녀의 소설은 빨강과 검정 등의 색이 뒤엉킨 것과 같다.

문학계에서 고은 등을 노벨상 수상 작가로 뽑아온 것은 그의 미적 감각도 한몫 하지만은 분단 현실을 담은 역사성 짙은 작품들이 많은 것에 기인한다. 고은의 작품을 보면 민족성이 느껴지고, 향토성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서정주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찬 시이면서도 그 사이에 정의로움과 민족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 고은의 시이다.

고은과 한강이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은 세대다. 고은은 1930년대 생으로 그 시대의 감성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일제시대와 해방을 맞고 헐벗고 굶주리면서 나라에 대한 애정이 강렬한 그 시대의 바탕한 감정을 중심으로 글을 써낸다. 대표작 '만인보'는 그러한 감성의 총집산이다. 하지만 한강은 보다 세련되고 보편적인 도시 세대의 감성을 갖고 있다.
고은이 한국에 대한 전통성과 향토성을 대표한다면, 한강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추구를 해 나가는 현대인을 수려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도시적이고도 현대적인 보편 감성이 글로벌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으리라고 짐작된다.

이 때문에 한강이 고은을 넘어 '차세대 노벨상' 후보군에 올라온 것이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의 아버지이자 '아제 아제 바라아제'등의 대작을 써낸 소설가 한승원은 한강에 대해 "이미 나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한승원은 한강의 남편이자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한강이 '한 줄 한 줄 혼신을 다해서 몸이 아플 만큼 쓰는 체질'이라며 자신과의 치열한 대결을 통해 소설을 내는 작가라고 말한 바 있다. 광주학생운동을 모티브로 삼는 깊고 진한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슬픔을 형상화해내는 과정에서 한강은 눈물과 한숨 속에서 글을 뽑아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준비된 작가였다.

차세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경지에 오른 한강의 수상은 개인으로도 기쁜 일이지만 한국 문학의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쁜 일들이 한국 문학에 많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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