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경남 밀양이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대구시와 울산시 경상남(북)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4개 지자체는 22일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대신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용역 결과를 철저하게 검증해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가덕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던 부산시는 정부의 국토교통부의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가덕 신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후폭풍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21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포기한 것은 기존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도 영남권을 대표하는 지역 거점 공항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소음 피해와 공항 북쪽에 자리 잡은 산과 계절풍 때문에 공항 확장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영남권 4개 지자체 '허탈'
신공항 건설에 기대감을 품어 온 대구·울산·경북·경남은 백지화 결정이 나오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지역 지역 및 경제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밀양 신공항 건설을 추진한 절박함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공항 백지화 발표 뒤 기자회견을 열고 "1300만 영남 시도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신공항 건설을 무산시킨 정부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며 "이 정부마저도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킨 결정에 대해 유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반발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이번 용역 과정과 내용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영남권 시도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이제는 부산을 포함해 5개 시도가 함께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정부가 균형적인 시각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 이제는 신공항 유치를 위해 경쟁했던 지자체 간 갈등을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또 다시 정치인들이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신공항문제로 영남권 전체를 갈등으로 몰고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신공항문제는 이미 전문가 영역을 벗어나 정치적 쟁점이 됐고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어 정부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김해공항 확장은 부산시가 어느 정도 목적달성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어렵게 5개 시도지사가 합의서까지 썼는데 합의서 안 지키는 점에 대해서 참으로 유감스럽고 앞으로 정치적으로 합의서 쓰면 아무런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신공항 독자 추진하는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김해공항 확장안은 눈앞에 닥친 지역갈등을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이라며"용역 취지에 명백히 어긋난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서 시장은 우회적으로 신공항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 시장은 "우리나라는 결코 더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수도권에만 국제 허브공항이 있어야 한다는 중앙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영남권은 영남권대로 허브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공항 유치 실패시 시장직을 사퇴와 관련해선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에 대한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부산시의 독자적 대응방안을 포함해 추후 다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김세연·김정훈·김도읍 등 10여명의 의원들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남권 신공항 관련 정부 발표를 지켜본 뒤 "가덕 신공항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세연 의원(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과 관련해 세 차례 용역을 통해 안전과 소음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확장 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여객 수요만 감안하면 단기적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화물과 장거리 국제노선을 위해 24시간 소음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훈 의원은 정부 결정에 대해 지역 갈등을 피하기 위한 '어중간한 판단'이라고 지적하며 가덕 신공항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공항으로 부적격인 '김해공항'
김해공항 확장안의 가장 큰 장점은 5조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 신공항 건설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전문가들은 김해공항 확장은 1~3조원가량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활주로 길이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김해공항 활주로는 총 2개로 길이가 각각 3200m, 2743m로 짧아 260석 이하 항공기만 이용할 수 있다.
확장안은 활주로를 남쪽으로 1㎞가량 연장하는 것이다. 북쪽에 돗대산(해발 380m)과 신어산(해발 630m)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활주로 남쪽에 있는 남해고속도로를 900m가량 지하화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소음 피해 지역도 늘어난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김해공항 내 있능 군사시설도 이전해야 한다.
김세연(부산 부산진갑) 새누리당 의원은 "김해공항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소음 등 문제로 24시간 운항이 불가하다"며 "24시간 운항이 불가한 제2관문은 국제공항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대구울산=김덕용기자/부산창원=강종효기자/경북=최재용기자 sv10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