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김유진씨(31·가명)는 단유(모유수유를 마치는 시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더 오래 모유수유를 하고 싶지만, 회사생활과 모유수유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선의 방책으로 좋은 분유에 대한 정보수집이 나섰다. 모유를 대신해야 하는 만큼 안전하면서도 영양 성분이 잘 갖춰진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인터넷과 지역 문화센터에서 정보를 얻은 김 씨는 ‘독일산 분유’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왜 어렵게 해외에서 분유를 구하냐는어른들의 의견도 있는데, 모유를 대신해야하는 만큼 안전하고 좋은 제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에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분유로 인해 거세지고 있는 직구붐의 배경을 살펴봤다.
◇분유 선택 까다로운 엄마들, 10명 중 9명은 ‘독일 분유’ 선호
국내에서도 프리미엄급의 고가 분유가 판매되고 있지만, 품질에 대해 관심이 높은 엄마들이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독일 분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눈에 띈다. 실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해외 전자상거래 조제분유 구매액은 총 2857만 달러(약 330억원)로, 이들 10명 중 약 9명(89.5%)은 독일 분유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분유의 해외 전자상거래 수입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52.4% 증가하며 그 선호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권고하고 있을 만큼 아이에게는 영양학적으로 모유가 가장 좋지만, 불가피하게 모유를 먹일 수 없거나 단유를 해야 할 때는 분유를 먹여야 한다. 독일 분유 브랜드의 대부분이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았으나, 많은 엄마들이 입소문을 통해 독일 분유를 찾고 있다. 이들이 독일 분유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과학적으로 모유에 가깝게 조성됐으며, 안전성 기준이 훨씬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분유들은 대부분 국제 유기농 인증기관인데메테르(DEMETER), BCS 등의 인증을 받아 그 안전성을 입증 받았으며, 기업 내부적으로도 안전성과 과학적 조성을 위한 연구 노력을 수반하고 있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한국 엄마는 ‘압타밀’, 독일엄마는외코테스트 최고 등급 ‘베바’ 선호
최근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제품 평가 지표에 대해서도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면서 스마트한 소비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외코 테스트(Oko Test)’가 그 중 하나다. 외코 테스트는 독일의 신뢰받는 소비자 품질 심사 정보인데,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육아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된 최신 정보를 번역해 공유하며 스마트한 소비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외코 테스트는 매년 시중에 판매하는 분유의 안전성, 위생, 품질 등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어 엄마들의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압타밀, 베바, 밀라잔 등이 평가 대상으로 포함 되어있다.
평가 결과는 국내 선호도와는 조금 달랐다. 2016년 일반 조제분유 분야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sehr gut, 최우수)을 받은 제품은 베바였다. 반면 한국 엄마들이 가장 선호하며, 국내에 독일 분유 붐을 일으킨 ‘압타밀’ 등의 제품은 최근 2년 내 발표된 일반 조제분유 평가 결과에서 중간 정도의 등급(befriedigend, 만족)을 받았다.
한국 엄마들이 국내에 잘 알려진 일부 제품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독일 시장 내에서는 베바, 밀루밀, 힙, 후마나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외코테스트 최고 평점을 받은 베바는 150년 동안 영유아식을 연구한 네슬레에 대한 신뢰와 스위스 로잔의연구센터에서 전 세계 50개국 300명의 연구원들이 아이의 성장 단계에 최적화한 단백질 설계 및 프로바이오틱스 첨가로 오랜 시간 동안 독일 엄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외코테스트 등 독일 현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엄마들도 이를 선택하는 추세다.
◇교환 환불 어렵고 인기 제품은 장기품절…‘어려운 구매 과정’이 불만
하지만 독일 분유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 직구(직접 구매) 또는 현지 사업자를 통한 구매대행뿐이다. 이 때문에 제품이 파손되거나, 잘못 주문해도 책임을 묻거나 교환 및 환불이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들이 꼽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정식 수입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등 위생에 대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개인이 수입할 수 있는 무게가 5kg으로 제한되는 등 한 번에 구할 수 있는 수량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인기 상품의 품절 등 현지 공급 상황이 불안정하면 국내 공급에도 영향을 끼쳐 필요할 때 분유를 먹일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구로 독일 분유를 구매하는 A씨는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믿음으로 독일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이 많아지는 만큼 조금 더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