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국가 시범사업이 지난 9월 시작됐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진료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시행하는 전문의다. 입원초기 진찰, 경과 관찰, 상담, 간단한 처치와 시술, 퇴원계획 수립 등 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업무는 이제까지 주로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맡아왔다. 그런데 전공의의 업무가 과중돼 제대로 된 수련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와 관련 최근 전공의 특별법이 통과됨에 따라 전공의 업무시간이 줄면서 새로운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여기에 의사국가시험 합격자 수와 전공의 정원을 맞추는 전공의 정원구조 합리화 정책과 내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 추세가 맞물린 점도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의 배경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 등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관리되던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의 질과 안전성 논란은 계속돼 왔다.
입원환자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와 전공의 수련교육 환경 배경속에 시작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총 32개의 병원(내과 20곳, 외과 12곳)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실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의료기관은 약 5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병원 담당자들은 한목소리로 지원자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내과 대상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아산병원의 인사담당자는 “인력수급이 가장 관건인데 지원자가 많은 편은 아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신분보장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외과 시범사업 대상 병원은 인력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 고려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외과 특성상 지원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는 우리 병원만이 아니라 시범사업 병원들의 전반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입원 환자의 치료의 질적 개선과 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 심포지엄에서 이러한 인력수급 문제가 논의됐다.
조영업 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는 “수술 입원환자 관리에는 외과전문의가 필요하다. 현재 4년인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해 호스피탈리스트에 있어 외과 전문의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앞으로 외과학회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문상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정부도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한시적 운영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본 사업까지 추진할 의지가 있다. 어떤 방향으로 지속가능 모델을 만들 지 학회나 병원 등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직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지원자 부족 문제 해결 방안으로 ‘병원 특성에 맞춘 입원전담전문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시범사업에 앞서 지난해부터 민간 시범사업을 진행해 온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은 “보수 등 근무조건 중요하지만 안정성과 정체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낙현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응급실과 급성기내과병상(AMU)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관리하고 진료교수로서 연구와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급성기 내과 환자 진료라는 특성을 가진 만큼 통상적인 입원전담전문의와는 거리가 있다”며 “입원전담전문의의 업무가 기존 전공의가 진행해 온 업무에만 그친다면 지원자를 모으기 어려울 것이다. 각 병원의 필요와 특성에 맞춘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