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깜작 실적 속 가계부채 경고음

은행 깜작 실적 속 가계부채 경고음

기사승인 2016-11-02 19:54:43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은행들이 최근 몇 년 새 최고의 실적을 올린 가운데 또다시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등 5대 대형은행의 3분기 누적 실적은 전년 대비 26.5%(1조445억) 증가한 4조98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의 핵심 영업이익인 이자순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한 17조146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3.43%에서 3.27%로 0.16%p 떨어졌다. 기업대출이 1년전 보다 0.19%p 낮아진 3.37%를 기록했으며, 가계 대출도 3.03%로 0.08%p 낮아졌다. 그만큼 은행의 영업환경은 나빠졌다. 

은행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앞 다퉈 대출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5대 은행 기준 지난해 9월 880조원에 달하던 원화대출은 6월말 기준 927조원으로 127조원 가량 대폭 늘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476조원은 가계 대출이다. 가계대출의 약 70%(334조)는 주택담보 대출로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등에 업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 대출)의 경우 주택건설 붐을 타고 대출 금리가 오히려 0.06% 상승한 2.90%를 기록했다. 5개 은행도 집단대출 규모를 1년 전보다 16조6303억원 늘리며(9월말 기준 90조2946억원(9월말 기준) 수익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집단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 대출은 거치기간이 끝나는 3~5년 이후 주택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치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원금을 같이 갚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전환대출)을 선택한다. 이 경우 주택 경기가 침체돼 집값이 떨어질 경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대규모 부실이 재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부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신규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리금분활상환 방식 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절반 이상이 가계 부채 폭탄인 셈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변수가 존재하지만 경제가 성장할수록 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출 자산의 질적 수준이 양호해 졌고 주택 경기도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가계 부채 문제 보다는 당분간 은행의 수익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제8회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시 핵심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며 가계부채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의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리스크 정도를 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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