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끈 이광구 행장의 연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할 경우 현 은행장에게 차기 행장에 대한 우선권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은행 지분투자에 참여한 과점주주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정부 낙하산 인사가 개입될 가능성도 작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년 전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은행장의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면서 민영화 성과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단서 조항 수용 여부는 내달 30일 예정된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성될 새로운 이사회에 달렸다. 이사회는 기존 9명(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예보추천 1명)과 과점주주추천 사외이사 5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기존 이사진뿐만 아니라 새롭게 참여할 과점주주들은 모두 지난해부터 국내외 투자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투자설명회(IR)를 가졌던 이광구 행장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사회가 차기 행장에 대한 정부의 단서 조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그만큼 큰 셈이다.
이사회가 단서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임원추천위원회의 주축이 될 과점주주들은 이광구 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인물이 차기 행장으로 선임될 경우 업무파악에만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는 민영화 조기 안착을 원하는 과점주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더 많은 투자이익을 거두려는 주주들에게는 앞으로 1년이 중요한 데 새로운 사람을 차기 행장으로 선택하는 모험보다는 기존 인사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바랄 것”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이광구 은행장은 과점주주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내외부 성과에서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어 적임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광구 행장은 임기 2년 동안 뛰어난 경영 성과를 냈다. 9000원대(2015년 1월 2일 기준 9790원) 머물던 우리은행 주가를 1200원대(2016년 11월 15일 기준 1만2100원)까지 끌어올렸고,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도 13% 초반 그치던 것을 2년만에 14%대로 올려놨다. 또한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30%가 넘는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3분기 1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이광구 행장의 민영화 기여도와 경영 성과에 더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우리은행 차기 행장으로 거론됐던 전 금융기관장 K씨에 대한 하마평이 수그러 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낙하산 인사가 우리은행에 오면 금융위원장이 투자자들에게 공표했던 경영 및 인사 불개입 약속을 정부 스스로 어기는 것”이라며 “최순실 사태로 민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보유 우리은행 지분 가운데 29.7%를 미래에셋자산운용(3.7%),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이상 4%), IMM PE(6%) 등 7개 투자사에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최대 주주가 예보에서 7개 민간 과점주주로 변경된다. 지난 2010년 이후 6년 동안 끌어왔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성공한 셈이다. 또 분할매각 최종 낙찰자 7곳 가운데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5곳은 사외이사를 통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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