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연말연시 은행권 수장 인사를 미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정한 주인이 없고 규제가 심한 은행업의 특성상 그동안 은행권 수장 인사는 내부보다는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레임덕에 빠진 박근혜 정부가 더는 낙하산 인물을 은행권 수장으로 내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CEO(최고경영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사는 우리은행, 기업은행, KEB하나은행, 수출입은행, 신한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이다.
가장 빠른 내달 27일 임기가 종료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애초 교체가 유력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였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세평이 수그러들고 있다. 이에 따라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임기 기간 실적 개선을 이끈 성과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은행장의 경우 연임 전례가 없어 내부 승진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내달 30일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 물결을 타고 내년 3월까지 은행장 임기를 계속 수행할 전망이다.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도 1년 이상 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함영주 은행장은 2018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1년 더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용병 은행장의 경우 조금 복잡하다.
신동규 2대 회장 이후 김용환 회장까지 정부 인사가 내려왔던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농협중앙회에 대한 정부 간섭이 줄어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도 최근 중앙회 부회장(전무이사), 농협경제대표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교체가 유력하다. 차기 행장으로는 정책은행 특성상 정부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을 줄어든 현시점에서는 내부 승진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이후 주요 은행장들의 인사가 처음부터 다시 논의되고 있다”면서 “정부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던 지금까지와 달리 내부 승진을 통한 CEO 교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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