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삼성합병 편들다 수백억원대 펀드 손실

한투, 삼성합병 편들다 수백억원대 펀드 손실

기사승인 2016-11-28 13:25:24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삼성물산 합병을 편들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가 가입한 펀드에도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삼성합병 관련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내역 현황’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445만9598주(2.85%)의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 인해 300억~1500여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투신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율은 제일모직 (0.9%)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주주확정일 기준 한국투신이 보유한 펀드 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평가액만 5295억원에 달했다. 한국투신은 ‘삼성그룹적립식증권’ 등 삼성그룹주 펀드에 40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실제 합병비율(0.35)에 따른 신주배분(278만주)을 현 시가로 환산하면 3720억원에 불과하다. 주주확정일 기준 펀드 평가액(5295억원)에 비하면 1579억원 감소했으며 합병찬성의 근거로 제시한 적정 주식가치(7024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주가변동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합병비율에 따른 손실액만 계산해도 국민연금이 산정한 적정비율(0.46)을 적용할 경우, 한국투신의 손실액은 358억원에 달한다. 수익률로 따지면 7.9% 손실을 본 것이다. 

또한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0.43)과 ISS(0.95)가 산정한 적정비율을 적용하면 최소 262억원에서 최대 1428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신이 삼성 편을 들어주다 펀드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것이다. 

합병당시 한국투신은 찬성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운용부문과 리서치부문의 의견이 대립해 의결권행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쟁점사항은 합병법인의 적정가치, 합병재추진 여부, 플랜B의 실현가능성, 재산정 합병비율 등 크게 네 가지였다. 

펀드 수익을 책임지고 펀드 운용을 직접 담당하는 운용 쪽에서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합병비율이나 합병법인의 적정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합병 부결시 합병재추진 기대감과 지분경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하고 합병비율이 재산정 된다면 기대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코어운용부문장은 펀드의 포트폴리오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반대하는 것이 수익률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리서치 쪽에서는 합병법인의 적정가치를 25만3000원으로 보고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찬성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물산 주가는 13만4000원(25일 종가)에 불과하다. 

제윤경 의원은 “어떻게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전부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 투자자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할 기관투자가들이 찬성 몰표를 던질 수 있느냐”며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세 배 이상 많았던 한국투신의 경우 합병찬성으로 수탁자인 투자자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삼성합병 관련 기관투자 50개사는 삼성물산 주식 1077만주(6.9%)에 대한 의결권 행사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109만주)을 제외한 49개 기관투자가가 968만주(6.2%, 참석주주의 7.4%)의 찬성표를 행사했다. 

제윤경 의원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합병비율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국내 기관투자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며 “당시 합병 찬성을 종용한 삼성 측의 로비가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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