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유력…마테오 렌치 총리 사퇴 선언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탈리아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결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과반 이상의 유권자가 반대(54~59%)를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와 LA7 등은 이날 국민투표가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개헌을 적극 추진해온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는 패배를 시인하고, 사퇴를 선언했다.
렌치 총리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패배에 전면적 책임을 지겠다”며 “정부에서의 내 경력은 여기서 끝난다”고 밝혔다.
렌치 총리는 “정치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이탈리아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상원의원 수를 줄여 중앙정부의 권한 강화를 할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7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제 침체가 정치 불안정과 관료제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회복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양원제를 채택한 나라로는 유일하게 상원과 하원이 입법 거부권과 정부 불신임권 등 동등한 권한을 지녀 입법이 지연되거나 차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상원의 축소는 견제와 균형의 권리를 손상시켜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총리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줘 파시즘의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는 반대파의 주장에 부딪혔다.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등은 이번 투표에 대해 “더딘 경제 회복, 고착화된 실업난, 난민 대량 유입 등 렌치 정부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민투표의 실익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 이탈리아는 오는 2018년 예정된 총선을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렌치 총리의 뒤를 이어 과도 정부의 수장을 맡을 인물로 카를로 피에르 파도안 재무장관,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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