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태구 기자] 러시앤캐시, 재일동포 대부업자의 비애…토종금융으로 가는 길

[기자수첩/김태구 기자] 러시앤캐시, 재일동포 대부업자의 비애…토종금융으로 가는 길

기사승인 2016-12-07 21:40:51


[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일본에서 태어나 나고야학원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윤 회장은 재일동포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신라관’이라는 한정식집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발판삼아 그는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돌아와 자본금 200억원을 투자해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법인명 아프로파이낸셜대부)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러시앤캐시의 연간 이자 수익은 8775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동기(8249억원) 대비 5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도 1000억원에 육박한다.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엄청난 성공을 이룬 셈이다. 

이런 최윤 회장의 성공 뒤에는 꼬리표처럼 ‘21세기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끌어와 한국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의혹에서다. 실제 그는 횡령, 탈세, 배임, 외화 반출, 야쿠자 관련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무혐의이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재일동포 자금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롯데도 그러했고 금융권에서 90년대 초반 신한은행도 겪은 바 있다. 신한은행의 주주 가운데 20% 정도는 재일동포다. 이들은 타국에서 일본인에게 핍박을 받으며 모은 돈을 기꺼이 고국 금융 발전 위해 투자했다. 그 대가로 이들에게 돌아간 것은 ‘쪽발이, 친일파, 야쿠자’라는 격멸과 조롱뿐이었다. 신한은행도 파친고 등 일본 도박자금을 돈세탁하는 편법 금융기관이란 오명과 함께, 국민들이 맡긴 돈을 일본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편견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에 대한 친일 자본 색안경은 2000년대 들어 수그러들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 리스크 관리 능력, 자본 건전성 등을 바탕으로 업계 1위 은행이란 입지를 다져서다. 신한은행은 리딩뱅크로서 업계에 기준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금융을 이끌고 있다. 이제 그 누구도 신한은행이 대한민국 대표 금융사라는 것에 토 달지 않는다.

반면 러시앤캐시는 대부업계 1위 업체이지만 한국의 대표 서민금융기관이란 타이틀을 차지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서민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지만 사회적 책무보다는 여전히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대다수 서민에게 법정 최고 금리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전체 대출의 90% 이상이 연 27% 이상의 금리라는 점은 이를 대변한다. 

물론 러시앤캐시의 등장으로 음지에 있던 사채시장이 양성화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또 1000% 이상의 고금리에 시달리던 서민들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역설적으로 러시앤캐시 등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 행태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법정 최고금리 수준을 27%대로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다만 업계 1위 대부업체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바람직한 서민금융의 방향성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에는 여전히 소홀한 모습이다. 이런 점이 일본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가계부채를 야기했다는 지적은 러시앤캐시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최근 러시앤캐시는 ‘은행만큼 이자를 낮춰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서민금융의 든든한 파트너로 다가서려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부실채권 소각 등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 업계에서 존경받고 모범이 되는 한국 토종금융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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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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