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지혜와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이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어감이 좋지 않았던 60갑자 이름처럼 금융권은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금융당국의 요란한 ‘굿판’에 금융사가 개혁의 ‘칼춤’에 앞장섰다.
떠들썩하게 진행했던 금융개혁으로 인해 국민의 금융개혁 체감도는 한층 높아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노조와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 금융공기관 인사에서 보듯이 금융권 낙하산 인사(코드인사) 관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전 사회를 뒤흔들고 있지만 금융권만 비껴간 모습이다.
금융권은 연초 홍콩 H지수 급락으로 불안하게 시작했다. 주가와 연계한 파생결합상품(ELS 등)의 손실규모는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금융당국은 금융상품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한눈에’ 서비스 시행을 시작으로 계좌이동서비스 확대,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 도입 등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더해 금융위원회는 올 한해 가장 시끄럽게 했던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우선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타깃이 됐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로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12월 초 보란 듯이 신한, 우리, SC제일, KEB하나, 국민, 씨티, 농협 등 7개 민간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관철시켰다.
금융노조는 귀족 노조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저성과자 퇴출, 공정한 성과 평가 문제, 불완전 판매와 같은 금융 공공성 훼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4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도 했다. 또한 법원에는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위는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도입, 8.23부동산대책 등 다양한 대책도 내놓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겨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 인상도 점쳐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상승하면 가계 전체의 추가 이자 상환부담 규모는 연간 9조원 내외다. 5000만명 국민 1인당 18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민층의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서민 지원에 넋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사잇돌 중금리 대출 출시 등 서민금융 지원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얼마나 몇 명이 혜택을 받았는가’라는 양적 자화자찬 이외 별다른 성과가 없다.
국민재산 증식을 위해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일부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락하는 등 정부 의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5년 이상 계좌를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SA의 단점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은행이 ISA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구실로 관련 담보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서다. 사용 가능한 자금을 은행에 묶어두고 이자를 내면서 돈을 융통하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K뱅크가 금융위 은행업 본인가를 받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다. 이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신규 은행 출현이다. 새로운 은행의 등장으로 금융권에 경쟁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2010년 이후 4번의 실패를 거듭했던 우리은행 민영화도 초유의 지분 쪼개 팔기 끝에 성공했다.
이처럼 연말까지 요란했던 금융권의 올해 달력도 이제 며칠이 남지 않았다. 정유년인 내년에는 올해 요란했던 ‘굿판’과 ‘칼춤’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을 보다 풍족하게 만드는 질적인 성과가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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