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노미정 기자] 올해 금융사의 대출 심사가 보다 깐깐해진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자의 총체적상환능력(DSR)을 참고지표로 삼도록 금융권에 권고할 방침이다. 또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고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서 갚도록 하는 대출심사 원칙도 은행·보험권에서 상호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서민층이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면 금융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은 대폭 확대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제 활력을 위해 산업·기업은행 등을 통해 사상 최대치인 186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오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년 업무계획을 황교안 대통령 업무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금융위는 먼저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를 할 때 대출자의 총체적상환능력(DSR)을 참고 지표로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1조3000억원이 넘는 가계부채 중가세를 잡기 위해서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전체 부채 비율이다. DSR이 도입되면 저소득 취약계층의 대출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 정부는 은행·보험업권에만 적용돼오던 선진형 여신(대출)심사 원칙을 오는 3월부터 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 대출심사 원칙은 금융소비자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고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서 갚도록 하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대폭 확대된다. 햇살론·미소금융·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서민금융상품 지원액은 연 7조원 규모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5조7000억원) 보다 22.8%(1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또한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의 공급규모도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린다. 취급기관도 은행·저축은행 외에 상호금융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청년층 지원방안과 액수도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저소득 청년층의 주택 임차 보증금 대출 상품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청년층생활자금 지원 한도를 기존 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한다.
정책모기지 상품은 연 41조원에서 44조원 규모로 약 3조원 가량 늘어난다. 세부적으로 보금자리론은 기존 14조5000억원에서 15조원으로, 적격대출은 18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디딤돌 대출은 기존 8조원 규모를 유지한다. 상품별 요건은 저소득·서민층 실수요자가 혜택을 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자영업자 지원도 확대된다. 서민금융진흥원, 기업은행이 경영·재무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저리자금 프로그램과 연계할 예정이다. 또 창업·운영자금을 중심으로 미소금융 지원대상을 기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확대한다. 미소금융 지원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에서 올해 6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자영업자가 대출 받을 때 사업성 심사가 강화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기업은행에 소상공인 특별지원 프로그램(업체당 최대 3000만원)을 신설하고 사업 컨설팅도 지원할 계획이다.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일시적으로 위기를 겪는 취약계층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을 유예해줄 예정이다.
금융위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금융을 178조7000억원에서 8조 늘여 186조7000억원의 사사 최대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별로는 산업은행 62조5000억원, 기업은행 58조5000억원, 신용보증기금 45조7000억원, 기술보증기금 30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에만 총 128조2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121조4000억원) 보다 6조8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유동성 위기)을 겪는 기업에 대해선 최대 4년간 필요자금의 60~70% 보증해 줄 계획이다. 특히 위기극복에 성공한 기업에겐 90% 우대보증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별로는 정책금융의 절반에 육박하는 85조원을 미래신성장동력 산업에 집중 지원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엄정평가·자구노력·신속집행 등 일관된 원칙 하에 추진된다. 금융위는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해서 연 1회 이상 공개할 방침이다. 또 부도위기에 놓은 기업 중 회생 가치가 있는 기업을 살려내는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장점을 연계한 프리패키지 플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08년 글로벌위기 이후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는 미국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가계부채 관리와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부담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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