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유전자변형작물(GMO)이 처음 시장에 선보인 이후 2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신중해야한다고 경고하는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명확한 피해사례가 없는 만큼 안전성에 무리가 없다고 대립하고 있다.
◇ 끊이지 않는 안전성 논란
소비자와 시장에 처음 선보인 유전자변형작물은 지난 1994년 미국 칼젠사가 선보인 ‘포마토’다. 기존 감자·토마토와 맛이 큰 차이가 나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시장성은 없었지만 GMO을 사람들에게 알린 시발점이 됐다.
이후 추위와 병충해 등에 강한 옥수수와 콩 등이 개발돼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들이 실제 식탁에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GMO 작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고 있다.
GMO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가장 큰 쟁점은 인체안정성과 환경위해성으로 볼 수 있다. 유전자변형을 통한 작물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와 주변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GMO 작물을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 생산·수출국에서는 ‘실질적 동등성’ 등 안전성평가를 거치고 있다. 실질적 동등성이란 GMO 작물의 숙주와 신규 유전자 산물 등의 생화학적 구성 성분이 기존 작물과 차이가 없다면 실질적으로 동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실질적 동등성 역시 과학적 근거가 미미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 같은 피해 사례에서도 ‘근거부족’ 대립
GMO 피해 사례에서도 서로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관련 피해 사례는 1989년 발생한 ‘트립토판’ 사건이다. 일본 기업 쇼와덴코에서 유전자재조합 박테리아를 통해 생산한 트립토판을 섭취한 북미 일부 사람들 중 1500여명이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고 37명이 사망했다.
당시 식이보충제 원료인 트립토판이 LMO(Living Modified Organisms) 미생물에서 유래됐다고 밝혀져 주요 사망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LMO란 자연상태에서 인위적으로 변형된 생식과 번식이 가능한 생물체를 말한다.
이후 미국 FDA와 일본 후생노동성 연구결과 트립토판 불순물과 정제과정 등 여러 요인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해당 트립토판을 섭취한 사람들이 LMO 미생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트립토판 LMO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쪽은 LMO 미생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즉, 양 측이 서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같은 맥락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것이다. 이는 GMO에 대한 현대과학의 연구와 안전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 사건은 제조사인 쇼와덴코가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져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채 종결됐다.
이후 1998년 GMO 감자의 위해성을 제기한 푸스타이 박사 연구결과나, 2005년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간과 신장에 유독 증상이 나타났던 미국 몬산토 사의 ‘Mon863 옥수수’ 사건 역시 피해를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론화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단체 등과 관련기업이 같은 이유로 대립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유전자재조합 과정에서 어떤 효과가 발생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현재 과학기술상 무조건적인 안전성 맹신은 위험하다”면서 “신체와 직결된 만큼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업계관계자 역시 “미국의 경우 3억명의 인구가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GMO 식품을 소비했지만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면서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관련사업을 옥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