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멀쩡하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는데 ‘행복팀’이라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청각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을 둔 50대 여성 A씨는 ‘행복’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토로했다.
아들이 농아인(청각장애인) 투자사기단 ‘행복팀’에 빠지면서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큰 탈 없이 장성해 대견했던 아들이 행복팀을 알게 되면서 완전히 변해 버렸다.
행복팀은 농아인들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접근해 투자를 권유하면서 대출을 종용해 돈만 받아 챙겼다.
A씨 아들은 행복팀에 속아 3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건네줬다.
A씨는 우연히 아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행복팀 총책 등 8명이 구속되는 등 범행 7년 만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A씨는 사건이 이대로 끝날 줄 알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선뜻 나서 경찰에 피해 신고할 줄 알았던 아들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씨 속이 또다시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또 다른 행복팀 피해자 가족인 60대 여성 B씨도 마찬가지다.
B씨의 딸과 사위가 같이 이 사건에 휘말려 재산상 큰 낭패를 봤다.
상황이 이렇지만 B씨는 손주들 걱정이 더 앞서고 있다.
행복팀이 운영한 합숙훈련에 부모를 따라갔다가 돌아온 뒤 어린 손주들이 경련을 일으키는 등 이상증세를 보여서다.
딸과 사위에게 안부를 물으면 회피하는 등 연락마저 사실상 끊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피해 당사자인 행복팀 소속 정회원 대부분이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자 가족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자들이 행복팀에 또 속고 있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이 확인한 행복팀 소속 정회원은 340여 명에 이르지만 언론 보도 이후 경찰에 접수된 행복팀 피해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경찰이 파악한 100여 명의 피해자들은 피해액이 다소 적은 예비 회원이라는 점에서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작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피해 신고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행복팀 잔당들이 ‘합의하면 투자금을 2~3배 돌려주겠다’ ‘구속된 총책이 곧 무죄로 풀려난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경찰 신고를 만류하거나 회유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수사 착수까지는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의 진술이나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본인이 아니고서는 이런 물증들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사 경찰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행복팀을 이대로 방치하면 제2의 행복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구속된 행복팀 총책들도 ‘행복의 빛’이라는 사기단을 만들었다가 다른 총책이 구속되자 이름을 ‘행복팀’으로 바꿔 사기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행복팀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김대규 수사과장은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뒤늦게 알게 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피해자들이 더는 유언비어에 속아서는 안 된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경찰에 피해 신고를 접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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